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대한 비판을 보면서

미국이 우리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결정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국무부 대변인이 나와서 지소미아 종료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발언을 했다. 우리 보수언론도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한다. 심지어 국제정치를 공부했다는 원로 학자들도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한다.

이들이 원하는대로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취소한다고 하자. 그럼 그것은 무슨 의미를 지닐까? 우리는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잘못된 대외정책을 한 것이다. 만일 정부가 그들이 바라는대로 지소미아 종료결정을 취소해버리면, 그 정부는 자신의 대외정책을 잘못결정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당연히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잘못을 하고도 아무런 일 없는 것 처럼 그냥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정한 것을 되돌리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다.

정부의 결정에 반대를 하더라도 절제가 있어야 한다. 그냥 닥치고 되돌려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유아적 태도다. 책임있는 학자나 언론이라면 지소미아 종료결정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짚어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태도다

최근 일부 언론과 원로학자들의 발언을 보면서 이것이 이적행위와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했다. 외부와 전쟁을 하면 내부적으로 조금 불만이 있더라도 다 같이 함께 힘을 합치는 법이다. 서울경제신문의 권홍우 기자가 결정적인 순간에 내분을 했던 우리 역사를 일컬어 ‘천형’이라고 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성숙하고 자존심이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지금 우리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역사적인 예가 있다. 러시아에서 볼세비키 혁명이 일어났다. 러시아 군대가 제일 먼저 무너졌다. 병사소비에트가 수립되었고 장교들과 지휘관들은 모두 추방되었다. 당연히 제1차 세계대전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전투를 전혀 할 수 없었다. 레닌은 브레스트 리토프스크 조약을 맺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국가들이 소련에 침공을 해서 군사적인 간섭을 했다. 일본도 시베리아에 진출했고, 영국 프랑스 등등 거의 모둔 국가들이 군대를 보내 볼세비키 공산정권을 붕괴시키려고 했다. 러시아 전역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병사들로는 전쟁을 할 수 없었다. 레닌은 군사전문가들을 소환했다. 과거 귀족이며 부르주아출신의 장교들을 소환한 것이다. 많은 러시아 장교들은 자신을 숙청했던 소비에트 러시아 군을 지휘해서 반혁명군과 싸웠다.

러시아 제국의 장교들이 백군과 적군의 지휘관이 되어 서로 싸웠던 것이다. 러시아 제국군대의 장교들 중에서 열강의 지원을 받는 백군보다 적군에 참가하는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적군에 참가한 군지휘관이 언제 어떻게 반역을 할지 모른다고 해서 만든 것이 정치장교다.

적군에 참가한 장교들은 소비에트 러시아의 사회주의에 전혀 동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군에 참가한 것은 순전히 민족주의적인 가치 때문이었다. 결국 2년이 넘는 치열한 전투를 겪고 러시아 혁명은 성공할 수 있었다.

당시 적군에 참가한 장교들은 만일 백군이 이기면 러시아 영토가 열강에 의해 이리저리 찟겨 나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들은 반혁명이 성공해서 러시아 영토를 상실하는 것보다 소비에트 러시아 편에서 러시아 영토를 지키는 것이 더 국가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물론 러시아 내전을 승리로 이끈 대부분의 제국군 출신 장교들은 이후 모두 사라져갔다. 소련이 이후 미국과 함께 세계를 양분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애국적 장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역사는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진다는 헤겔의 말이 옳은 것 같다.

우리가 지식인이나 언론으로부터 기대한 것은 합리적인 비판과 대안이지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니다. 이미 정해진 것을 뒤집으려는 것은 자해적이다.

설사 지소미아 파기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냥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되돌릴 수 없다. 그 결정을 되돌리려면 어머어마한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그냥 지소미아 파기결정을 유지해 나가는것보다 훨씬 비싼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파기결정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녔다면 어떻게 일본과 교섭을 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찾을 것인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일부언론과 소위 원로 국제정치학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를 보면 무엇이 국익인지에 대한 분명한 개념적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듯 하다. 이런 비정상적인 현상뒤에는 당연히 무엇인가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젓을 떼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젖을 떼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국제정치무대에서 젖을 떼는 과정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통해 우리는 겨우 젓을 떼고 비틀비틀거리면서 홀로 일어서서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것을 서투르다고 비난하면 절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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