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은 타당한가

지소미아 종료를 둘러싸고 미국과 보수세력들의 본격적인 공격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지소미아의 종료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겠으나 우리나라 보수세력들이 지소미아 종료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를 주장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해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부담스럽고 그래서 미중 패권경쟁에 한국과 일본을 같이 끼어넣고자 하는 것이다.

동북아에서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한미일 동맹으로 점차 확대하려고 했다. 한미동맹이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서라면 한미일 동맹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관계는 근본적으로 그 내용이 매우 다르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관계는 그 목적과 방향이 분명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 한미동맹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동맹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지금의 한미일 관계는 그것을 규정하는 조약과 같은 문서가 없다. 쉽게 말하면 부모없이 자식이 태어난 것과 비슷하다.

미국은 한미동맹과 미일관계를 정치적인 정리없이 사실상 한미일 3자동맹으로 만들어 가려고 했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관계를 군사동맹으로 이어가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다. 군 출신들 중에서 한일간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어야 한다고 한다. 마찬가지고 그런 군사관련 협정들은 점차적으로 한미일 관계를 동맹의 성격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군출신들은 북한의 남침을 고려해 볼때 전시상황을 고려한 한일군수지원협정을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군사적인 판단과 결정이 정치적인 판단과 결정을 앞서가서는 안된다.

사실 지소미아를 체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중국을 적으로 상정한 한미일 동맹에 가입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정치적으로 결정했어야 했다. 지금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해 겪고 있는 이런 혼란은 사전에 정치적으로 정리했어야 할 부분을 그냥 지나쳤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중국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국은 우리 교역의 50%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을 공식적인 적으로 돌린다면 우리는 심각한 문제에 빠진다. 우리 경제는 회복불능의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마 북한의 남침이 아니라 내부붕괴로 스스로 무너질지도 모른다.

중국을 적으로 상대하면 안된다고 하면 그럼 중국과 동맹이냐 혹은 미국을 버리고 중국으로 경사하자는 것이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보수층들의 상당수가 그런 질문을 한다. 한마디로 옳지못한 문제제기다. 우리가 독일하고 동맹을 맺지 않았다고 적대적인 관계인 것은 아니다.

국가와 국가간에는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모든 관계를 적과 동맹의 이분법적 관계로 파악하는 냉전적 시각으로 지금의 국제관계를 보아서는 안된다. 미국도 중국을 적이라고 하면서 서로 장사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도 살아남지 못하고 중국도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이 중국에 경사될 것이라는 수없이 많은 예언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한국이 중국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한중관계와 한일관계가 단순하게 힘의 과다에 의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정치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역사적 굴곡과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조선시대와 달리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문화적으로 우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정치적으로 진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아시아지역에서 정치적인 민주화가 가장 앞선 나라가 한국이다. 이런 정치적 성취는 국민들이 자신들의 국가가 단순히 경제적 군사적 힘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을 거부한다.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지만, 한국보다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앞선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중국과 장사만 잘하면 된다. 지소미아 종료가 중국으로 한국이 기우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아둔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많은 한국인들은 거대한 중국이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함부로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중국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입장은 못된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에 대해서도 문화적으로 열등감을 지니고 있지 않다. 당연히 민주주의라는 척도에서 보면 일본은 한국을 따라오지 못한다. 일본은 단지 한국보다 경제력과 군사력만 강할 뿐이다. 그것도 개인구매력으로 따지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별로 없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해서 격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이 힘만 앞세우고 무식하게 나오는 것에 대비해서 한일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점에 대해서는 북한도 입장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비록 한국과 일본이 중국의 지나친 태도에 대해 공동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일본의 부하가 되는 것을 감수할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 한국사람들은 미국이 한국에게 일본의 부하가 되어서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는데 참가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제관계의 전통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힘이 적은 한국이 힘이 강한 일본에 머리를 숙이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 미국의 국무부와 국방부 관리들은 그런 관점에서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보는 것 같다. 미국 관리들이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간의 역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관계는 국제정치이론이 아니라 역사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법이다.

더구나 지금 미국이 강요하는 한미일 3각관계는 정치적으로 이상적으로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도 않다. 일본은 식민지배를 청산하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과 한국전쟁을 치루었다. 일본에게 식민지배를 당했다. 한국전쟁도 정리되지 않았고 식민지배도 청산되지 않았다.

일본은 식민지배 청산은 커녕 오히려 태평양 전쟁이전의 국가주의로 회귀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이 변하지 않은 한미일 3각 체제는 어떤 성격을 지닐까? 우리가 미래를 같이 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본은 보편가치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더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일본과 같이하는 한미일은 우리의 미래라고 할 수 없다. 그런 한미일이라면 중국보다 어떤 점에서 더 가치있고 우위에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가치가 우위에 있지 않으면 그냥 힘겨루기 싸움하는 것인가? 단순 무식한 힘겨루기 싸움이라면 우리가 목숨걸고 가담할 이유가 뭐있나?

일본이 진정하게 새로 나지 않은 한미일 3각관계나 공조는 어떠한 역사적 의미도 없다.

우리는 무엇을 그리고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가? 적어도 한일의 지소미아종료가 한미관계를 약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일과 한미간에는 어머어마한 공백이 존재한다. 그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한미동맹이 약화된다고 하면 그 누가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면 다시 일본의 꼬붕이 되는 길도 감수하겠다는 것인가?

그런 한일관계를 강요하는 한미동맹이라면 단호히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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