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역사는 흐른다. 그 누구도 한자리에 계속 머물수 없다. 헤겔이 역사는 영웅이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영웅의 운명은 비참하다. 역사를 만든 영웅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런 현상을 헤겔은 역사의 간계(Cunning of History)라고 했다.

한국 현대사를 보면 그런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역사의 과정에 큰 족적을 남긴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헤겔이 보았던 역사의 간계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예외없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제 글을 읽은 사람들은 조국이나 문재인 혹은 노무현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저는 그런 개인보다는 86세대 전체를 의미하고자 한다.

86세대는 시대의 영웅이었다. 우리의 역사와 일본의 역사에 차이가 있다면, 일본은 개개인이 한국에서는 민중이 역사의 영웅이었다는 점이다. 현대사에 들어오면서 한국민들은 세대 전체가 영웅적 행동을 했다. 동학혁명, 3.1운동, 4.19혁명, 6월 항쟁, 5.18 민주화운동, 최근의 촛불까지.

오늘날의 86세대는 엄혹한 유신시대와 군부통치시대를 종식시켰다. 세계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이룩하지 못한 성과를 이루었다. 오늘날 제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들의 희생과 헌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슬픈 것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강철같은 혁명의 의지도 시간이 지나면 스러지고 생활이 남는다. 혁명가가 혁명가로 죽지않고 정치가로 살아 남으면 타락이 그를 유혹하고 기다린다. 혁명가가 타락하기는 너무나 쉽다. 깨끗한 하얀 옷이 더러워지기 쉬운 이치와 같다.

한국의 86세대는 혁명적 세대였다. 그들은 혁명을 한 세대였다. 그러나 86세대는 유감스럽게도 동질적이지 못했다. 그중 제일 앞에 나선 사람들은 거의 모두 재빠르게 정치권과 기득권층으로 진입했다. 진정으로 순결한 사람들은 현장에 남아서 고난을 치루었다. 아무리 깨끗하게 현장에서 활동을 해도 정치권으로 진입하면서 모두 타락했다.

난 고 노회찬 의원을 좋아 했다. 그러나 그도 드루킹이 주장한 정치자금 문제로 수사망이 다가오자 스스로 명을 다했다. 평생을 쌓았던 삶의 의미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스스로 좌절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정치권과 기득권에 들어온 86세대들은 빠르게 부패했다. 역대 어떤 군사정권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부패했다. 아마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이 군부독재시대의 정치인들보다 훨씬 양심적이고 도덕적이라는 우월감이 자리했을지도 모르겠다.

조국 사태는 기득권에 진입한 86의 혁명세력들이 얼마나 더 빨리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86세대들의 운동권들은 상당한 동질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동질감을 이용한 것이 부패한 그들의 동지다.

조국 사태는 한 개인과 한 정권의 종말이라기 보다는 한 세대의 종말인 듯하다. 이제 86은 물러날 때가 되었다.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 세상을 뒤집어 엎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뒤집어진 세상을 제대로 가꾸어 나가는데는 실패했다. 솔직하게 실패를 자인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그들이 혁명의 대상이 된다.

한 시대의 종말은 항상 거센 저항으로 마무리 된다. 주말 검찰청앞의 86세대 운동권의 시위를 보면서 시대의 마지막을 느꼈다.

한 시대가 저물고 있다. 떠날 수 있을 때 빨리 떠나지 않으면 쓸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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