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핵과 북한의 핵

유럽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은 2월 15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유럽대륙이 프랑스의 핵우산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나토가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며 프랑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문제는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문제가 아닌 듯하다.

프랑스가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것은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와 미국간 무역협상에서 프랑스의 농업부문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런 평가는 지나치게 미시적이다. 마크롱 이전의 올랑드 때부터 프랑스는 현 유럽 안보체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다.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하면서 유럽의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유럽은 냉전종식이후 상황에 부합하는 변화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냉전이 종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NATO의 틀안에서 머물고 있었다. 상황의 변화는 기존의 틀을 거부하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분열과 경쟁속에서 발전해온 지역이다. 분열과 경쟁은 유럽의 역동성을 낳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전개된 냉전은 유럽을 단일 사회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몰아갔다. 물론 그런 움직임의 핵심에는 미국이 있었다. 이제 미국이 과거에 자신들이 해왔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금 유럽은 마치 제1차세계대전 이전의 시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듯하다. 지금의 프랑스와 독일은 러시아를 적으로 보지 않는 듯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러시아는 비스마르크 시대처럼 고립될 것을 두려워하여 프랑스나 독일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유럽의 변방이 아니라는 점이다. 루드비히 데히오가 말했던 ‘측익강국’의 가장 강력한 전형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냉전당시에 소련은 유럽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러시아는 냉전당시보다 훨씬 강력하게 유럽내부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장 고민스러운 나라는 독일일 것이다. 경제력으로 보면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다. EU는 독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적으로 강력하다고 해도 핵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군사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미국이 지금처럼 미국제일주의를 주장하게 되면 독일은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다. 독일이 미국에게 의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냥 조용하게 프랑스의 핵우산을 받아 들일까? 아니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할까? 영국은 독일의 옵션이 되기 어렵다. 독일이 러시아와 가까이 하는 순간 유럽의 국제정치는 소용돌이 치는 용광로로 변할 수도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로 유럽에서 떨어져 나와 버렸다. 영국은 핵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처럼 세력균형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명예로운 고립을 향유하던 Britain은 앞으로 외로운 유럽의 변방 England가 될 확률이 높다. 물론 미국이 과거 영국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미국이 유럽의 맹주역할을 어느 정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패권의 약화는 내부문제에서 비롯된다. 패권국가의 사회구조가 취약해지면서 붕괴의 징후는 변방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로마가 내부에서 무너지고 게르만으로 부터 침략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도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프랑스가 핵국가로서의 역할을 천명하고 나섰다는 것은 앞으로의 미국이 과거의 미국이 아니라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얼마전에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핵무장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한번 둑이 터지면 다시 원상 회복시키기 어렵다.

프랑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핵무기라는 것이 이렇게 강력한 국제정치적 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상, 국제정치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 유럽과 동북아는 다르고 프랑스와 북한은 다르다. 그러나 핵무기가 어떤 국제정치적 상황을 초래할 것인지를 미루어 짐작하는데는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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