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의 기회, 재난기본소득

코로나19 사태가 오래가면서 사람들의 삶이 힘들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기본소득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상한 시국은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 비상한 시국에 통상적 조치를 하면 망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의 과정을 살펴보면 정당의 계급적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매우 헷갈린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재난기본소득을 미래통합당의 황교안이 그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날 저녁 심재철 원내대표가 재산기본소득은 말이 안되다고 정면비판했다. 하극상이다. 미래통합당에서 그중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김용태도 재산기본소득을 반대했다. 중소상공인에게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문재인정권에서도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모양이다. 3월 12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재난기본소득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이어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추경을 충분하게 편성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홍남기 부총리의 경질까지 언급했다. 추경의 확대에는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부분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홍남기는 이해찬의 요구를 일축하면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정건전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남기를 두둔하는 입장이었다. 문재인정권은 현상황에서 임대사업자에 대한 수익보전을 통한 중소상공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도를 생각하는 것 같다.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재산기본소득 도입문제가 물건너간사이에 그동안 별로 존재감이 없었던 김승수 전주시장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5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결정을 했다. 지방차지단체로는 처음이다. 여기저기의 지자체장들이 말은 했으나 아직 아무도 행동하지 않았는데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자체 예산을 재편성하여 263억원을 취약계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했다. 그러고 보면 착한 임대인 운동을 제일 먼저 일으킨 곳도 전주시였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한 질문을 해야 한다. 왜 미래통합당과 문재인정권은 취약계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을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왜 중소상공인이나 임대인에게 주목하는 것일까? 당연한 질문이다. 원래대로라면 더불어민주당은 당연히 재난기본소득을 제일먼저 주장했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러지 않은 이유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소위 취약계층은 어차피 자신들을 찍어줄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외연을 널피기 위해 중도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보수정당이다.

미래통합당이 재난기본소득을 반대하고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어차피 자신들을 찍어주지 않을 취약계층은 신경쓸 것없다는 계산 때문이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이나 미래통합당 모두 이번 총선을 앞두고 중소상공인들로 대표되는 중간계층에 구애를 하는 것이다.

환율정책으로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듯 하다. 재정정책으로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홍남기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정부재정이 무너지고 외환이 빠져나가버리면 재2의 IMF가 올수도 있다. 자기주장이 없기로 알려진 홍남기 부총리가 직을 걸겠다고 한 것은 그가 지켜온 균형재정이라는 가치관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재정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지금의 상황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백신이 개발되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일때까지는 모든 방법을 다해서 지금의 상황을 넘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취약계층을 살려야 한다. 굶어 죽어면 안되는 법 아닌가? 당연히 중소상공인도 보살펴야 한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당연히 취약계층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정치적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 우선순서 인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극성스런 더불어민주당지지자들이 취약계층에 대한 조치를 말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실제로는 보수주의자면서 진보를 표방하는 위선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정권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재편성하는 것과 같은 비상한 조치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방예산과 같은 분야는 과감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각종 SOC 사업도 줄여서 취약계층과 중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예산을 재편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결국은 부유층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상위 5-10%가 지금보다 훨씬 세금을 많이 내지 않으면 국가재정이 무너지고 우리 사회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간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가 절실한 것이다.

황교안이 재난기본소득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심재철에게 하극상을 당하고서도 아무말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역시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전략적으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취약계층을 버리고 있을때, 황교안이 재난기본소득을 관철해 내면 선거는 끝난다.

황교안이 선거를 이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재난기본소득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만일 그가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평생의 소신을 거두고 표를 찍어줄 생각도 한다. 정치도 사람 살자고 하는 짓이기 때문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다음에 대선후보 반열에 올라가야 할 사람이라고생각한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과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 평생의 소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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