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기’의 예언과 미국의 방위비 요구

요즘 ‘아리기’라는 이탈리아 학자가 쓴 ‘장기 20세기’라는 책을 보고 있다. 그 책의 한국어 서문이 매우 인상적이다. 트럼프가 유럽과 아시아로부터 방위비를 뽑아내기 위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미 그런 것을 예언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이 한국어 번역판으로 발간된 것이 2008년이니 약 10년전에 앞으로의 세상을 꿰뚫어 본 모양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 서구의 전통적 권력 중심지들의 국가형성-전쟁형성 역량이 너무 확대되어 이제는 진정으로 전지구적 세계제국을 형성해야만 그 역량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그런 제국을 “실현하려면 세계 잉여자본의 가장 비옥한 원천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원천은 현재 바로 동아시아에 자리 잡고 있다”(p.9)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군사적 우월성을 활용하여 동아시아의 떠오르는 자본주의 중심지들로 부터 ‘보호에 대한 보상금’을 뽑아 내려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시도가 성공한다면, 세계역사상 처음으로 진정 전지구적인 제국이 존재하게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도를 아예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그런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동아시아는 세계시장 사회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으며, 과거처럼 우월한 군사력이 이를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문화와 문명들의 상호 존중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다. “(9-10)

결국 미국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싱가포르 대만 등으로부터 세계제국을 유지할 수 있는 군사비를 뽑아내려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서서히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다.

미국은 새로 등장하는 자본주의 국가들의 국부를 지속적으로 빼내지 않으면 세계제국의 입지를 굳히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방위비 인상요구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결국 미국은 자신의 보호국을 착취해서 부를 유지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봉건시대의 영주나 마찬가지다. 아마 한국과 같은 나라는 기껏해야 차지농과 같은 정도에 머물게 해야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 같다.

아마 미국도 ‘아리기’와 같은 학자들의 분석과 비평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미국 어떤 해군의 연구소에서는 중국의 성장을 막기 위해서 ‘사략선’을 운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 놓기도 했다. 사략선이란 바로 해적이다. 개명한 21세기에 중세와 근대초기의 해적을 언급한다는 것이 시대착오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미국이 그만큼 조급하다는 것 같다.

문제를 외부에서 찾으려 하면 망하는 법이다. 사실 미국의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 같다.

아리기의 예언과 분석이 타당한지 여부와는 별도로 만일 우리가 미국이 요구하는 10억달러를 방위비로 낸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여력을 그만큼 상실하게 된다.

아리기의 예언이 여사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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