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총격도발 그리고 안보담당자의 소설적 상상력

정부에서 북한의 중부전선 도발을 의도적이지 않다고 발표했다. 그 발표를 보면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이 만일 이번 총격 사건을 의도적으로 일으키지 않았다면 자신들이 먼저 오발이라고 밝혔을 것이다. 김정은이 활동을 재개하고 나자 마자 전선에서 오발사건이란 당치가 않다. 북한체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1월 중순부터 올해에 북한이 공세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지적해 왔다.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정리해보면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북한이 지상에서 도발할 것이며 그것은 9.19 합의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었다. 신문지면이 부족해 쓰지는 못했지만 그때 아마도 북한이 중동부 전선지역에서 어떤 도발을 할 것이라고 예측을 했었다.

합참은 즉각 이 사건이 북한의 도발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추측컨데 안보실에서 의도적인 도발이 아니라는 쪽으로 방향을 몰아갔을 것같다. 청와대에서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런 고충은 이해하지만 청와대에서 북한의 의중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리고 아무리 정치적 판단이 중요하다해도 군사적 사실을 왜곡하면 나중에 정말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만일 북한이 의도적이라고 판단하면, 합참은 다음에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도발이 아니라고 선언해 버리면, 합참은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한다. 그렇게 하면 통치권자에 대한 항명이 된다. 안보실 담당자들 중에는 군출신들도 있을 것인데 이런 기본적인 사항도 제대로 집어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답답한 생각이 든다. 만일 이번에 준비를 하지 못해 병사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그것은 전적으로 안보실이 책임져야 한다.

각설하고 먼저 북한이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북한의 이번 도발은 시간, 장소, 방법으로 볼 때 사전에 충분한 고민을 한 결과라고 보인다. 북한은 지금의 현상을 타파하고 싶어하지만 판을 깨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다소 떨어진 중부전선을 도발의 장소를 선정한 것이다. 제한된 총격도 지금 당장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더 강력한 도발을 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활동을 재개하고 나서 바로 도발부터 시작한 것은 근본적으로 앞으로 국면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주된 관심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앞으로 미국에 대해서도 공세적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북한은 미국에게 무엇인가 신호를 보여주기 위해 이번 중부전선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이 도발을 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9.19 군사합의에 위반된다는 것을 그냥 이야기 하면된다. 우리 정부의 그런 행동과 태도를 북한이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마도 북한은 우리정부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반응을 보이도록 하게 위한 행동을 추가로 감행할 확률이 높다.

북한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우리와 대화를 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 코로나19로 곤경에 몰려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고려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방식을 보아하면 북미직접대화를 처음으로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이제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과 대화를 할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북한에게 민주당 정권의 등장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일 우리정부가 북한의 행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해주지 않으면 북한은 남한에게 더 강력한 도발을 할 수도 있다. 아마 그런 것도 미리 고려를 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이 모든 것도 결국 추측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서 각각 가장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고민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안보담당자는 소설적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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