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둘 다 거기서 거기다.

일본은 쌀미자를 미국의 미자로 쓴다. 우리는 아름다울 미자를 쓴다. 한국은 미국을 좋아해서 아름다울 미자를 쓰고, 일본은 미국을 얕잡아 봐서 쌀미자를 쓴다고 하는 말이 있었다.

미국은 우리의 이상향이었다. 요즘들어 미국을 보면서 지금의 미국이 과연 내가 생각했던 나라가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첫번째는 트럼프가 막무가내식으로 전세계를 윽박지르는 것을 보고 그들이 주장하던 이상과 가치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실망을 하게 되었다. 무례하게 방위비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저런 국가와 어떻게 동맹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제1의 조건은 힘이 아니라 존경을 받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맹주가 이상과 가치가 아니라 힘과 협박으로 동맹국을 억압한다면, 그런 동맹은 오래가기 어렵다.

두번째는 코로나19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왜 저렇게 대응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사전에 충분하게 경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거의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 미국이 당한 피해는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아서 피해가 커진 것이다. 미국의 관련 관청과 전문가들은 이미 위험성을 사전에 예고했다고 한다. 그것을 트럼프가 무시한 것이다.

세번째는 미국 경찰이 별 잘못도 없는 흑인을 죽인 사건이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미국의 흑인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사는지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인종차별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차원이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보았을 때 미리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 이렇게 폭동의 수준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트럼프가 시위대에 사살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다. 마치 1980년 광주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았다.

미국이란 사회가 언제 어떻게 찢어지고 분열될 지 알 수 없는 취약한 상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경찰이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통상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중국도 공안의 힘이 세다고 한다. 그것은 중국이란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도 경찰의 힘이 세다. 그것도 미국이란 체제가 겨우겨우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보면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둘다 불안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군부독재 시대에 경찰의 힘이 대단했었다.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이 둘 다 저런 모양이니 앞으로 누가 패권을 확보하던지 세상은 편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G7 회의에 우리나라를 옵저버로 초대한다고 한다. 무슨 이유 때문이지 분명하다. 중국에 대한 봉쇄라인을 구축하는데 한국이 앞장서라는 이야기다. G7이 중국을 봉쇄하자는 미국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 모두가 다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이미 미국은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정점을 지났다. 정점에 올라가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내려오는 시간은 예상보다 빠른 경우가 많다.

미국은 중국봉쇄를 통해 흔들리는 패권을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국은 외부의 도전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으로 무너지고 있는 양상이다. 코로나19사태와 인종차별문제는 미국이 심각한 내부 모순에 직면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미국의 번영은 전세계의 희생을 대가였다. 미국 내부에서는 흑인과 소수인종들의 희생,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남아메리카 각국의 희생을 대가로 미국의 풍요는 유지될 수 있었다. 전세계가 미국의 시장이라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미국이 번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체제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그런 체제는 가치와 이상이 아니라 강압과 강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전세계 군사비의 절반을 미국이 쓴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이 누리는 헤게모니의 정체가 바로 군사력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경쟁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미국이냐 중국이냐가 아니다.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간혹 당신의 미국관, 당신의 중국관이 마음에 안든다는 사람을 만날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관과 중국관이 아니라 당신의 한국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조금 더 떨어져서 독자적인 위상을 가지지 않으면 원치 않는 싸움에 말려들어가기 십상이다. 중국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지 미국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을 어떤 관점에서 보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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