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려면 먼저 주변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과 싸워왔다. 2000년 넘는 역사를 살펴보면 결국 중국은 계속 커지고 우리는 점점 작아졌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런 역사를 살아오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중국과 같은 강자들에게 기대려는 습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조선조 당시 노론의 중국에 대한 모화사상이 그저 성리학 때문일까? 압도적인 힘을 벗어나기 어려우니 거기에 적응하기 위한 논리체계를 만들고 거기에 충실하고자 하는 이데올로기였는지도 모른다.

조선을 망하게한 그 습성이 그대로 일제강점기로 이어지고 지금은 미국과 관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런 습성이 나라를 망하게하거나 어찌어지 하더라도 겨우 유지하는 정도를 넘어서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미국도 지금의 중국도 우리가 따라가야할 길을 가고 있는 나라는 아니라는 점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냉전이후 거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음대로 행동했다. 소련의 붕괴로 인해 미국의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데로 마음껏 했다. 대안으로서의 현실사회주의 붕괴는 결국 미국의 자본주의도 위험에 빠뜨리고 말았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형식만 갖추어졌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민주주의도 형식과 내용이 모두 서로 갖추어져야 하는 법이다. 그런점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도 불완전하다. 형식은 갖추어졌는지 모르겠으나 내용은 부실하기 여지없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월스트리트 과두정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의 미국민주주의는 영국 전성기의 민주주의보다 오히려 질적인 면에서 후퇴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미국이 이렇게 퇴행해버린 것은 소련의 붕괴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한다. 소련대신 중국이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으나 소련과 중국은 차이가 많다. 지금의 중국은 사실상 사회주의라고 하기 어렵다. 자신들은 사회주의 국가라고 이야기 하지만 역사적 연속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의 중국은 청나라를 이은 또 다른 왕조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소련은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서 당시 세계의 모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는 세계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런 세계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중국이 뭔가 애매모호한 형태를 지니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등장은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인류의 역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그저 힘세고 강력한 국가의 등장일 뿐이다. 힘의 역학관계만 작동하고 있을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미국이 교활한 착취구조를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하나 그저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다.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가치가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세계사적 의미를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사에서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패권경쟁에서 미국을 밀어내고 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소하는 역사발전의 의미를 구현해 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저 강대국으로서 중화사상의 연속이라는 것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이어 받더라도 새로운 역사적 진보를 이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중국이 역사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자국의 힘만 강화하고 약소국을 억압하는 구조를 공식적으로 공고화 할 수 있다는 일반의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적어도 억압구조를 만들더라도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은 노골적이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헤게모니는 서서히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기대와 현실은 다른 법이다. 기대에 머물러 현실을 무시하면 대가가 따른다.

우리가 우리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주변국의 눈치를 본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국에 의지하거나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영역과 삶의 방식을 우리가 스스로 창출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미국과 중국을 통해서 우리가 잘 살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굽히지 않고 미국을 믿고 중국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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