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대선에 앞서 핵실험을 감행하면

원래 이글은 7월 13일 경향신문에 칼럼으로 쓰려고 했던 글이다. 그러다가 백선엽 문제를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백선엽에 관한 글을 밤에 썼고 그 문제로 경향신문에 글을 그만 쓰기로 결정했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글자 수가 한정이 되어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어차피 신문에 올라갈 것이 아니니 글자수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 다시 정리했다. 지금 우리는 국내문제로 시끄럽고 정신이 팔려있지만 지금부터 11월 대선까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북한은 11월 대선을 자신들이 핵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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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1월 미국 대선은 북핵문제 진행과정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북미협상 주도권을 완전하게 장악했다.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것은 상대에게 구애되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대화를 택할 수도 있고 태평양의 핵실험과 같은 강경한 행동도 할 수 있다. 핵실험으로 미국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선 전에 핵실험을 감행하면 트럼프를 곤경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반면 바이든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 같으면 가급적 대선 이전에 감행할 것을 바랄지도 모른다. 트럼프를 꺽는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정권을 장악하고 나서도 골치아픈 고민거리 하나가 줄어든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지적 게으름과 전략적 사고의 결여가 스스로 곤경에 빠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처지에 몰리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노이 협상 결렬이다. 회담 결렬 책임을 물어 볼턴을 해임했지만, 결국은 모든 결정과 책임은 대통령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자신의 재선뿐만 아니라 미중패권 경쟁의 중요한 카드도 상실했다. 미국은 당면한 미중패권 경쟁과 북핵문제 해결의 우선순서를 정리하는데 실패했다. 미중패권 경쟁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면 북핵문제는 유연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북한이 중국의 인후부에 박힌 비수와 같은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막기 어려운 핵무기라면 그 방향을 미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현명할 수 있었다. 미국은 목표의 우선순서로 제대로 설정하지도 못했고 노력도 집중하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선 것은 미중패권 경쟁 상황에서 나름의 거래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미국의 편을 드는 것이었다.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 편에 설 수 있는 이유는 많다. 북한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 중반기까지 미국은 김정일 사후 북한불안정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군을 북한에 진입시켜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은 중국에게 넘겨준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북한진입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침묵했다. 트럼프를 만나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하는 시진핑을 바라 보고 있는 북한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100년의 원수이고 중국은 1000년의 원수라는 김정은의 말은 북한이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전쟁 부터 시작되어 장성택까지 이어진 북한의 숙청사는 중국의 영향력에 벗어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이해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만 달성하려고 했기 때문에 20년동안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통해 미국의 대중 정치인들과의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11월 대선에 즈음하여 핵실험을 감행하고 그로 인한 미국민의  공포를 이용하여 미국 정치인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핵을 인정하게 하려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11월 대선 즈음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중패권 경쟁과 동북아 안보정세에 격변을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가도에는 악몽이지만 미국의 대중 군사전략에는 호기일 수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이해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사이에 불일치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핵무기 배치하자는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미국은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동북아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하여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 미국의 INF(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폐기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점에서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패권경쟁은 항상 군사적인 양상을 띤다. 이는 국민국가 형성과정의 필연적 현상이다. 서양의 역사진행과정에서 국민국가란 곧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중국과 패권경쟁에 군사적인 봉쇄를 제일먼저 구상하고 있는 것도 자신들의 역사적 경험의 소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중국을 목표로 한 핵무기를 배치하기 용이한 조건이 형성되도록 북한의 핵실험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다.

북한의 핵실험은 관련국에게 각각 다른 전략적 유불리를 조성할 수 있다. 북한에게는 무조건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한국과 중국에게는 거의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은 대중 핵미사일 봉쇄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다.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 배치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중봉쇄의 최전선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중국의 전면적 보복으로 대체불가한 손실을 당할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심추도 북한으로 이동할 지 모른다. 미국은 핵무기 배치 후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여유를 가지고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것이며 북한을 대중국 봉쇄전선에 포함시키려고 할 것이다. 몸값이 올라간 북한은 한반도 대표선수 자리를 요구할 것이며, 미국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더라도 핵실험 이후의 북한은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훨씬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노이 협상결렬은 미국의 전략적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강경대책이 기분은 시원할 지 모르나, 감내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루게 되는 까닭이다. 

북한이 미국의 11월 대선즈음에 핵실험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잘못하면 공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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