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와 F-35B, 해서 안되는 이유

수직이착륙기인 F-35B를 실을 수 있는 경항모를 보유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통상 항모는 원정작전을 하기 위해서 만든다. 미국이나 소련 등 세계를 대상으로 군사력을 투사하기 위해서 항모를 만든다. 전투기의 작전반경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투기에 무장을 하고 연료를 실으면 작전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항모는 위협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그 주변에 호위함 구축함 군수함 등을 잔뜩 데리고 다닌다. 우리가 경항모 하나 만든다고 해서 원정작전을 하는데 이용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냥 경항모만 나가면 상대방에게 아주 좋은 표적거리밖에 안된다. 공격을 받으면 그냥 수장된다는 이야기다. 생존을 하려면 미국 태평양함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해군력 건설은 매우 경제적으로 부담가는 일이다. 심지어 소련도 대양해군을 꿈꾸었지만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대양해군 건설하려다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대양해군 건설에 나섰으나 결국은 그런 지나친 군비지출로 소련이 붕괴하는데 일조한 측면이 없지 않다.

원정작전을 할 이유가 없다면 경항모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 항모는 기본적으로 전투기의 작전반경을 넓히기 위한 목적이다. 바다에 떠다니는 비행장이란 말이다. 한반도 주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경항모는 전혀 무용하다. 작전반경을 넓히기 위해서는 항모보다 공중급유기가 훨씬 효과적이다. 이미 공군은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 항공기가 독도 상공을 침공하고 중국 전투기가 이어도 상공의 카디즈를 침범하는 것을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공중급유기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제한된 국가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원칙은 국방예산에도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는 법이다. 국방전략이라는 것도 결국은 제한된 국방예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을 창출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항공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효과적인 지대공 미사일이 훨씬 타당하다. 비용도 경항모 운용과는 비교할 수 없다. 만일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하는 군사력과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중국과 러시아의 명줄을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면 된다. 그런 수단을 전략적 수단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지대지 미사일과 잠수함이다. 잠수함 전력으로 중국의 주요항구를 봉쇄하고 러시아의 극동지역 항구를 봉쇄할 수 있으면 제아무리 중국과 러시아라고 해도 우리에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미사일 사거리를 늘려서 북경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 중국도 우리에게 함부로 할 수 없다.

일본은 이미 우리의 군사적 위협의 대상이 아니다. 일본의 주요 도시와 군사기지는 이미 우리 미사일 사거리 안에 들어와 있다. 잠수함으로 일본의 주요항구를 봉쇄하고 미사일도 타격하면 일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물론 정말로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도 타격을 입겠지만 우리도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겠다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른 바 <독침 전략>이다. 제3공화국 당시에는 <고슴도치 전략>이라고 했다. 우리를 죽일 수 있겠지만 그러려면 발에 고슴도치 바늘을 밟는 고통을 주겠다는 개념이다. 우리의 국력도 커졌으니 이제는 우리를 군사적으로 억압하려고 한다면 단순히 피해를 감수하는 정도의 수준을 넘어 자신들의 명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를 고려해 보아도 경항모와 F-35B 도입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한때 공군 기지를 확보하기 어려워 경항모를 도입해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한적도 있었다. 한심하기 이를데 없는 이야기다. 오래된 전투기는 도태시키면 된다. 항공기 숫자만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전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간과하지만 경항모는 해군이 F-35B는 공군이 관할한다는 이야기도 군대가 뭔지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할 수 있는 소리가 아니다. 항모를 운용하는 나라는 모두 해군이 전투기를 관할하고 지휘한다. 항모의 전투기는 공군이 아니라 해군비행대 소속이라는 말이다.

군에서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지휘권을 확립해야 한다. 두사람의 현명한 지휘관보다는 좀 멍청한 한사람의 지휘관이 훨씬 더 낫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으로 증명된 원칙이다. 어떤 경우도 지휘권을 일원화하고 단순하게 해야 한다. 경항모와 F-35B도 마찬가지다.

원정작전이 아니라면 경항모도 공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한반도 유사시 효과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려면 경항모도 공군작전사령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군은 F-35B로 서해안에 있는 목표를 타격하라고 하고, 해군은 경항모에게 동해안으로 가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일이 생기겠는가?

원정작전에서는 당연히 전투기가 해군의 지휘권안에 들어가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으로 작전범위가 한정된다면 경항모도 공군작전사령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해군이 경항모에게 해줄것은 수리하고 보수하고 운전하는 것 밖에 없다. 작전적 운용은 공군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항모와 F-35B는 군사적으로 당연히 검토해야할 최소한의 문제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의사결정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밑으로 내려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형 방산사업에 청와대가 개입한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군의 주력기종의 하나인 F-16도 마찬가지다. 공군에서는 안전을 위해 F-18을 요구했지만 노태우 정권 당시 F-16으로 바꾸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기종 변경에 따라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보수정권 당시 F-15개량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가 다시 F-35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다시 그냥 단순하게 작전적 필요성만 작동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생각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일에는 뭔가 이상한 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항모와 F-35B 도입 결정도 뭔가 이상하다. 아마도 청와대에서 결정하고 합참과 각군은 청와대의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고권력자가 이미 먼저 결정을 했고 군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는 이야기도 파다하다. 만일 그렇다면 당연히 그 과정에 개입한 모든 책임자들은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최고 권력자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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