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도입과 한국의 군산복합체

군산복합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도 군산복합체 문제가 존재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국방예산이 가장 이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리라.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많은 구호와 주장의 이면에는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는 피눈물나는 투쟁과 노력이 숨어있다. 마치 19세기 중반 영국의 산업자본들이 젠트리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값싼 농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다.

국방분야에 합동성이란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주장과 목표의 이면에서 각자 자신의 이익을 어떻게 해서든 확보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전장은 지상전장과 해상전장으로 나뉜다. 그래서 지상작전과 해상작전은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서구 국가에는 전쟁성과 해군성이 있었다. 전쟁성은 지상작전을 담당하고 해군성은 해군작전을 담당했다. 전쟁성과 해군성이 합쳐진 것이 국방성이다.왜 전쟁성과 해군성이 따로 있었을까? 해군작전과 지상작전은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군인이라고 다 같은 군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합동성은 공군때문에 생겼다. 원래 공군은 육군항공대에서 출발했다. 공군이 육군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육군과 공군 작전의 연결이 필요했다. 그래서 합동성이란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다.물론 작전환경과 여건이 복잡해지면서 해군항공대의 작전도 공군과 협조가 필요하게 되었고 그래서 합동성 개념도 중요해졌다.

해군작전과 육군작전은 서로 연계성이 많지 않다. 전체 전장을 두고 볼 때 서로 같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부분은 생각보다 별로 많지 않다. 이쯤되면 의문을 하나 가져야 한다.

한반도의 작전을 지휘할때 누가 최고사령관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항상 육군이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지상작전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항상 해군이 담당한다. 태평양이란 지역자체가 해군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한미연합사령관에 해군출신이 오면 지휘를 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육군출신이 담당하면 미국의 태평양 작전은 망한다. 육군은 해군작전을 잘 모른다. 함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사령관이 되어 배워서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미연합사령관에 공군출신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지상작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공군은 지역전투사령관을 맡지 않는다.

지상작전도 아주 오랜 전문성이 필요하다. 소대장부터 각급부대 지휘관을 경험하면서 전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반도 작전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지상작전을 중심으로 공군작전과 해군작전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공군과 해군은 기술적이고 전문적이기 때문에 육군출신인 연합사령관이 세세히 알 수 없으나, 작전운용적인 측면에서 해군과 공군에 임무를 부여하고 이들의 활동을 통합하는것이다.

지상작전이 중심이 된 한미연합사령관직책에 해군출신이나 공군출신 4성장군을 임명하는 것은, 뇌수술을 해야하는데 신경외과 전문의가 아닌 치과의사를 데려다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사가 다 같은 의사가 아니듯 군인들도 다 같은 군인이 아니다. 장군이라고 다 같은 장군이 아니다.

그럼 당연한 질문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육해공군 중에서 누가 전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을 맡아야 할까? 당연히 육군 출신이다. 육군장교의 기본 임무는 제기능을 통합하는 것이다. 각종병과를 통합하고 공군작전과 해군작전은 통합하는 것이 주 임무다.

미군이 말하는 합동성은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육해공군의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통합한다는 의미다.한국에서의 합동성은 그런 의미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합동성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대두하게 된 것은 참여정부 수립이후였다.

참여정부는 합동성을 강조하면서 국방부와 합참의 해군과 공군 장교들 비율을 늘리는 작업을 했다. 그동한 국방부와 합참에 육군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참여정부의 이런 조치가 국민들 지지를 받았던 것은 그동안 육군이 군사통치의 중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육군은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육군은 기득권으로 인식되어 있었기에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었다. 육군의 폐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분위기는 국민개병제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모두 육군을 혐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다. 아직도 육군은 자기혁신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참여정부 이후 합동성의 상징은 합참의장을 육군출신이 아니라 해군출신이나 공군출신으로 임명하는 것이었다. 해군과 공군은 기술군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무기획득체계가 전혀 다르다. 합동성을 구현하기 위해 해군출신과 공군출신을 합참의장이나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무기구매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들어 육군출신들이 합참의장이나 국방부장관으로 그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방산업체 입장에서 육군의 전력사업은 해군이나 공군처럼 단가가 크지 않고 모두 자잘하기 때문이다. 육군 작전은 자잘한 모든 것을 모아서 통합한다.

해군의 함정은 모두 국내기업이 만든다. 공군의 전투기는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서 도입한다. 합동성을 주장하면서도 공군출신들이 두각을 내지 못하는 것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도입한다는 한계 때문인 측면도 많다. 앞으로 KFX사업이 성공하고 우리가 전투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공군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해군들이 국내조선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조선업이 어려워지면서 합참의장으로 해군출신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대형함의 건조가 추진되었다.이번에 추진되는 경항모도 결국 해군과 국내조선업의 협력관계(?) 혹은 결탁인지도 모른다.

당연히 거기에는 청와대 최고 권력자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을 없다.현재 군내에서는 최고권력자가 이미 결정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해군들은 신이 나서 경항모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해군본부에서는 경항모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한 공보팀을 서울에 파견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해군에게 경항모 도입의 필생의 과업일지 모르나,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는 반역행위나 마찬가지다. 무엇이 중요한지 해군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밀어주고 송영무 전장관이 뒷받침해주니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노 잘못젓다가 배가 산으로 올라가서 오도가도 못하는 수도 있다. 얼마있으면 군 고위급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현재 합참의장은 육군이다. 아마 현정권은 경항모를 추진하기 위해 해군참모총장을 합참의장으로 밀어 올릴 것이다.

이런 의사결정과정에는 뭔가 투명하지 않은 것이 작동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권수립이후 처음 국방부장관이 된 송영무 전해군참모총장은 청문회에서 방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을 추궁당하자 “이 세계는 일반인들이 모르는 영역이 있다”고 음습한 카르텔의 존재를 실토하기도 했다. 한국에도 군산복합체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합동성이란 미명뒤에 숨어있는 음모와 협잡을 잡아내는 것도 국민의 역할이다. 어떤 권력도 악이라고 생각하고 감시하지 않으면 마음대로 해처먹는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혁명정부인 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부패할줄 어찌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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