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원칙이 아니라 디테일의 문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주의주장이 옳고 좋다고 해도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면 세밀하고 치밀한 일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공의대 문제도 그런 종류에 속하는 것 같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에는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니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지방에만 근무하는 의사들을 충원하자는 주장은 얼핏들어보면 그럴듯 하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 문외한의 눈에도 쉽게 드러난다.

첫번째, 공공의대를 만들어 10년동안 매년 400명씩 4000명의 의사를 양성하겠다고 한다. 그럼 의과대학도 10년이후에 모두 없애버릴 것인가? 의사들을 교육시키려면 병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의사이기전에 제대로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많은 교육들이 필요하다. 한사람의 과학자로서 필요한 교육도 있다. 그런 교육 인프라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강사들 10년 정도 불러서 쓰다가 없애 버릴 것인가? 아니면 10년 정도 기간제 교수 채용하고 10년 이후가 되면 모두 해고할 것인가? 공공의대를 지원하는 수많은 행정직원들도 10년후에 모두 해고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할까?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계속해서 지방의사들을 매년 400명씩 계속 양성해야 하는가 ?

공공의대를 10년만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신중하지 못하다. 대학은 지속가능해야 한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이유다. 공공의대로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가지려면 지속가능해야 한다. 연구기능이 만들어져야 교육도 이어질 수 있다. 10년만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무슨 연구를 할 수 있겠는가? 10년만 운영한다면 공공의대가 아니라 그냥 의료학원이다.

둘째,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었지만, 공공의대를 졸업하고 이들이 서울로 올라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의대를 졸업하고 나면 10년동안 의무적으로 복무하게 한다고 한다. 의과대학 졸업후 10년이라는 것은 독립적인 의사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기간이다.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서 군대까지 가야 한다. 군의관은 의무복무기간이 3년이다. 인턴 레지던트, 군대 갔다오면 거의 10년에 가깝다. 실제 지방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기간은 몇년 되지도 않는다. 그 기간동안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의료원에 취직하거나 개원을 할 것이다.

공공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모두 지방에 올라오지 않고 지방에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그렇게 강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공공의대 졸업생들의 지방의무복무기간을 20년이나 30년으로 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개원을 했는데 병원운영이 안되어서 서울로 올라오겠다면 그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 공익과 개인의 이익간 불균형이 너무 심하다. 행복추구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의사들이 서울에 많이 몰린다고 한다. 지방에 내려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그 원인과 이유가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다.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보수가 적어서도 아닌듯하다. 어마어마하게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도 지방으로 가지 않으려고 하는 의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냥 단순하게 서울이 좋고 지방이 싫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서울의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는 토대와 특전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의대는 그런 중간과정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말이 곧바로 우리나라 의사들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타 다른다라들과 의사 숫자를 비교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지방에 있다고 하더라도 의료혜택을 받는데 그리 힘들지 않다. 나라가 크지 않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의사숫자가 적을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인 것은 틀림없다.

설사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도 여러가지다. 현존하는 지방 의과대학 병상과 정원을 늘리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마 그것이 가장 쉬울 것이라고 본다. 정부재정도 가장 적게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중간과정없이 곧장 기승전공공의대로 뛰어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 듯 하다.

결국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하는 공공의대라는 것은 순수한 의료적 측면보다는 자파세력의 확대를 염두에둔 정책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시도지사 및 시민단체의 추천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다. 현재의 기득권 세력인 586들이 자신들의 자식을 위한 음서제를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을 전혀 근거없다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지금 의사들의 행태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료보험은 한정되어 있다. 통상적인 서민가정에서 가장 많은 지출항목이 의료보험비다. 그들은 의료수가를 올리라고만 한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더 이상 의료수가를 올릴 수 있는가? 먹고 살 것도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수가 인상을 주장하기전에 현재의 의료수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감기와 같은 작은 병은 의료수가를 대폭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큰 병은 의료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큰 병에 대한 의료수가만 높이자고 하면 그 돈은 누가 감당하겠는가?

서울지역 의사들의 진료행태도 잘못된 경우가 많다. 1번 오면 될 것을 2번 3번 병원에 오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의료보험이 부실해진 것이다. 의료수가의 문제는 의사들 스스로 조정해서 정리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공공의대를 주장하기 전에 의료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단계적으로 잘 정리해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과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공공의대를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하면, 의사들도 무작정 반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공공의대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의사집단의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도 적지 아니 작동했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공공의대를 반대하면, 정부가 공공의대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작금의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도 동시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지금같은 상황에 오게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무능력 때문이다. 원칙적인 측면만 생각하고 디테일이 부족한 현상은 관료들이 잠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처럼 국정을 운영하려면 관료들이 필요없다. 관료들은 그런 디테일을 정리하는 기술자다. 기술자가 필요한 문제에 관리자가 뛰어다니고 있다.

결국 국정운영의 미숙함과 무능력 그리고 정치적 복선들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것이 공공의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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