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적 미국, 전략적 중국

코로나 사태, 검찰사태, 윤미향 사태, 조국 사태, 공공의대 사태 등으로 내분에 내분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엄혹한 국제정치질서의 시계는 어김없이 흘러가고 있다.

최근들어 미중간 갈등의 폭도 넓어지고 있으며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협상을 하던 때가 오히려 서로 관계가 좋았을 때 였다. 미국은 화훼이의 차단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최근들어 뭔가 이상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월 중순 폼페오 미국무장관이 유럽을 순회하면서 화훼이를 배제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한 거의 전 유럽국가들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한 것이다. 그동안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던 유럽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것은 매우 예외적인 현상이다.

유럽국가들이 이런 태도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코로나 사태이후 미국의 국력이 급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반면, 중국은 오히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럽은 더 이상 미국에게 끌려가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이 세계 경영에 참가한다는 천하 3분지계를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유럽은 20세기 내내 자존심을 굽히고 살아야 했다. 이제 중국의 등장과 미국의 쇠퇴라는 상황을 이용해서 유럽도 자신들의 위상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미국은 일본과 호주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상황에서 봉쇄전략은 이제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군사력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당시 미국과 소련은 서로의 외곽을 때리는 제한전쟁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핵을 가진 국가끼리는 서로 전쟁을 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이 제한전쟁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게 어떤 군사적 행동도 하기 어렵다. 그냥 집적거리는 정도는 몰라도 전면전을 각오한 전쟁을 할 수 없다.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동안 매년 1000조 이상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군사력도 실제 미중패권경쟁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분쟁과 갈등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까지 20세기의 세계전략 구상에 함몰되어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폴 케네디가 강대국의 흥망에서 제기한 테제의 의미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인 것이다.

중국은 승기를 자신한 듯 하다. 코로나 사태로 지난 9년이래 중국경제는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의 연구소는 앞다투어 2030년대에 들어서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기존의 전망보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시진핑이 공산당 비방을 용납하기 않겠다고 한 것은 미국에 대한 경고이자 앞으로 미중갈등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함께 9월 초에는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1조달러 규모의 미국채규모를 줄일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과 같은 경우에 따라서는 가지고 있는 모든 국채를 다 팔아치울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중국에게 군사적인 압력을 가할 경우를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군사적인 수단과 방법을 중심으로 중국에게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경제적, 외교적인 방법으로 간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유럽과 중동에서 미국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전술적이라면 중국은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그것도 우리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미국과 중국간 힘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는 안으로 함몰하고 있다. 답답한 일이다. 마치 전세계가 끓는 물처럼 요동치고 있을때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던 조선의 마지막을 보는 것 같다. 정권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이런 외부적인 변화를 직시하고 국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아예막아버려서 외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예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최악의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마땅하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