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의 기준

선악은 윤리적 판단의 대상이다. 윤리적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는 기준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다.

한국전쟁의 기억은 공산당을 악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공산당이나 공산주의라는 말은 금기어였다. 자유주의는 선이고 사회주의는 악이 되었다. 냉전이후 자본주의 진영의 사회주의 진영에 대한 적개심은 상상을 절할 정도였다. 사회주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싸우다 인류가 망하는 일이 있어도 그리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상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적대감은 냉전훨씬 이전 소련에서 볼세비키 혁명이 발생하면서 본격화되었다고 하겠다.

역사 진행의 과정을 보면 봉건적 구체제를 자본주의체제가 밀어내는 것은 당연했다. 구시대의 모순을 제거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것은 지극히 온당하다. 절대왕정과 봉건제를 몰아내고 자본가들이 중심이 된 입헌국가를 만드는 것은 역사의 당연한 발전과정이다. 아무리 새로운 질서라도 시간이 지나면 모순이 누적된다. 자본주의도 시간이 지나면서 모순이 누적되어 이제는 더 이상 써먹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소련에서 발생한 볼세비키 혁명은 그런 자본주의세계의 모순을 타파하려는 인간들의 시도였다.

1990년 소련이 붕괴한 것은 사회주의로 자본주의의 모순과 갈등을 없애겠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왜 사회주의는 실패했을까? 어려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소련과 사회주의진영의 붕괴이유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별로 보지 못했다. 내 생각에는 볼세비키 혁명으로 수립된 사회주의는 부르주아 혁명으로 쟁취한 성과들을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과거의 시대는 흔적을 남긴다. 공과 과가 있는 법이다. 부르주아 혁명으로 만들어진 세상은 인간의 인간에 의한 착취라는 모순이 있었지만 구체제에서 누리지못했던 자유와 개인의 삶과 같은 성과가 있었다. 사회주의가 실패한 것은 인간에 의한 인간착취라는 모순을 해소한다고 혁명의 전취물인 자유와 개성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현실사회주의가 실패했다고 해서 사회주의는 악이고 자본주의는 선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체제를 선과 악으로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지금 자본주의는 거의 붕괴하기 직전이다. 자본주의가 남긴 폐악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인간에 의한 인간착취, 둘째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 생태계의 파괴이다. 지금 현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인간의 착취보다 지구생태계의 파괴가 더 심각한 문제다. 지금처럼 그냥 두면 인간을 착취하면서 살고 싶어도 살수 없는 세상이 온다.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모두 시대의 산물이지 그것이 절대적인 윤리적 기준은 아니다. 시대적 여건상 필요하니까 만들어졌을 뿐이다. 자유방임주의가 지고지선의 윤리기준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었다. 자유방임주의는 18세기 초중반 영국이 절대적으로 생산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주장할 수 있었던 자본가들의 논리일 뿐이다. 영국의 농업자본세력들이 식량수입을 반대하자 영국의 산업자본세력들이 식량수입을 늘여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내리고 그래서 생산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장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그 이후 수많은 자유주의가 나타났다. 그때마다 그 자유라는 말에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최대한 확대하기위한 교묘한 매케니즘이 개입되어 있었다. 자유가 근대 혁명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다. 아니 지금 우리가 말하는 자유에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자유라는 개념이 훨씬 더 많이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가 선이 아니라고 하면 입에 거품을 물고 대드는 사람들도 많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라고 할 때 그 ‘자유’는 개인의 사적 삶을 보장하는 개인적 자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자유라는 개념의 대부분은 인간이 인간을 착취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자본가들에게 있어서 자유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그런 자유가 선인가?

현실 사회주의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자유’라는 개념 속에 포함되어 있는 사적 영역과 자본가의 영역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자본가들이 생각하는 자유를 꼭 집어서 마치 뼈와 살을 바르듯이 갈라내지 못한것이다.

사유재산이 지고의 가치이자 선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사유재산은 악일 수도 있고 선일수도 있다. 어떠한 재산도 공동체의 삶을 위협하면 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오로지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먹는 것이다. 먹는 것을 제외하면 그 어떤 희망과 미래도 없다. 이런 세상이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도 어느정도 갖출것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이런 세상에서 집을 몇채씩 가지고 있는 정치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야 말로 비극이 아닐 수없다.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당연히 토지공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LH공사가 개발하는 택지에는 모두 영구 임대주택을 지어서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에게 택지를 불하해서 분양을 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후세대들의 삶을 희망없이 만드는 것이다. 육사와 태능골프장에 아파트를 짓는다고 한다. 그럴 것 같으면 민간주택회사에 택지를 분양하지 말고 아파트만 짓게 해야 한다. 그리고 아파트 건설비는 국가가 지불하고 그 아파트는 영구임대아파트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집때문에 살아갈 방도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는데.

세상 모든 것은 상황의 산물일 뿐이다. 자본가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자유민주주의나 자본가들을 척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혁명가들이 주장했던 사회주의나 모두 상황의 산물일 뿐이지 지고지순한 윤리의 산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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