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초등학생도 다 아는 기본원리를 실제 적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세계다. 특히 국제관계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최상인가하는 것을 따지는 것은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최상의 방법은 미국과 중국의 싸움을 이용해서 양쪽으로 모두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한쪽과 너무 가까워지면 안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안별로 최상의 조건을 따져서 거래를 하면된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너무 가까이 가면 반드시 그에 따르는 반대급부의 손해를 당하게 된다.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나 중국이 한국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을 미국과 떨어뜨려 놓으려 하고 미국은 한국을 계속 자기편에 두려고 한다.

최근들어 미국이 한국을 붙들어 매어 놓기 위해 총력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언론보도에 미중패권경쟁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관한 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어보는 학자들이 대부분 미국사람들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을 수립하는데 상당히 깊숙하게 관여한 사람들에게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본다. 답은 들어보나 마나다. 미국의 관변학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중국에만 관변학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도 관변학자가 많다. 우리나라 언론에 소개되는 미국 국제정치 학자들의 대부분이 관변학자다.

대부분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와중에 독자적인 노선을 가지고 미국과 중국을 저울질하기 보다는 어느 한편에 확실하게 붙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어느한편에 붙어야 한다는 대상은 미국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단계 더 나아가 미국은 동맹국에 관심이 없으므로 한국이 미국을 동맹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을 정도다. 미국이 동맹을 필요로 하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가 동맹하자고 해서 유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어이가 없는 주장이 이렇게 판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신문의 상당수는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지면을 내놓고 미국의 국익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진보나 보수 언론의 문제가 아니다. 총체적인 현상이다.

한반도는 미중패권경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무대다. 한반도를 장악하는 측이 패권을 장악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을 놓쳤고 중국은 한국을 얻으려 한다.

한반도처럼 유리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도 이렇게 스스로 불리한 위치로 내려가는 경우도 역사적으로 흔치 않은 일이다.

중국이 최근들어 한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지난번 사드배치이후 한국에 대한 보복적 대응이 초래한 부작용 때문이다. 한국내에서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가 심각하게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사드배치를 이유로 경제적으로 보복하면서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반중감정이 더 커졌다.

중국이 사드배치 보복을 하기 전에는 한국인들이 모두 중국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한번에 바꾼것이 중국의 보복이었다. 한국인들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환상을 깨어 놓았던 것이다. 한국사람들의 환상을 깨준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 대한 환상을 깨고 나니 문제는 미국이 되어 버렸다. 수백년을 여기 아니면 저기에 빌붙어 살아오던 습관 때문인지 이제는 미국과 잘지내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다른 환상이고 또다른 우상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이 나에게 최상의 이익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단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청소년 아이들이 좋다고 선택하는 것을 보면 간혹 그게 아닌데 할 때가 있다. 그럴 경우 대부분 무엇이 자신의 삶에 이익이 되는지 아닌지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선택이 종종 청소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많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특수한 관계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아무리 특수한 관계라도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변하면 조금씩 그에 따라가야 하는 법이다. 변화에 따라가지 않고 저항하면 한꺼번에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길을 찾으려면 미국의 관변학자에데 물어볼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모색하고 있는 국가들의 예를 찾아 보는 것이 옳다.

그러기 어려우면 미국학자들의 입장만큼 중국학자들의 입장을 소개해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일방적인 보도를 하면 국민들이 세뇌를 당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매사 손해만 보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의 대부분이 무엇이 국익인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남들생각을 들어서 무엇이 나에게 이익인지를 정하지 말고 내가 처한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해서 스스로 이익과 손해를 따지라는 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서글프다.

우리나라에는 왜 무엇이 최상의 방안인지를 스스로 생각하는 학자나 정치인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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