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수준의 안보집단지성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대해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니 우리도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면 안된다는 주장이 많은 것 같다. 소위 국민의힘 당이 대표적이다. 안철수의 국민의당도 같은 주장이다. 반면, 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녘동포’라는 말한마디에 북한이 문재인 정권과 대화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측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경향을 띤다.

한국사회에서 북한의 열병식을 보면서 크게 그런 두가지 반응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보면서 좌절감을 느낀다. 정말 우리는 북한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당수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핵을 계속 개발하고 있고 심지어 남한을 타격할 수 있는 각종 방사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분노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그러면서 남한은 국방비 50조를 들여서 신무기를 개발해서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않는것도 이상하다.

남측의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일종의 스테레오 타입이다. 무슨 돈이 있어서 북한이 저렇게 핵무기와 재래식무기를 개발했을까 하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아마도 북한의 무기개발은 과거 우리 정부가 북한에 퍼부어주었던 돈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김대중 정권의 대북송금 특검이 끝난지 한참 지났다. 그 사이에 그 누구도 북한에게 돈을 갖다 바친적이 없다. 중국은 절대로 현상유지 이상의 지원은 해주지 않았다.

결국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재래식 무기를 개선한 것은 그들의 내부 역량의 결과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자원을 동원한 것이다. 북한의 인구가 3000만명이 넘는다. 북한이 돈이 어디있느냐하는 말은 마치 북한을 도시국가정도의 조그만 소국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북한을 무시하고 비하해온 과거의 경험과 생각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타당한 사고를 차단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하면서 북한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착각은 어디서 비롯한 것일까?

<북한은 나쁜나라야>라는 유치원생과 같은 생각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남한이 앞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주도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징표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집단최면에 걸려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반면, 북한이 문재인 정권과 대화를 하고 관계를 개선하리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비이성적이고 유치한 사고능력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류의 생각은 국민의힘 당의 생각과 비교해보면, 동전의 양면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지금이 시점에서 문재인이 언급한 종전선언은 대표적인 자폐적 현상이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관심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은 종전선언을 하고 나면 남북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생각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일 뿐이다. 말은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내용도 없다. 차라리 북미관계는 그들이 알아서 하고 남북은 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해 남북만의 평화협정을 맺자고 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현재 남한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나쁜 놈, 혹은 좋은 좀>이라는 유치한 단계에서 머물고 있다. 어떤 사안을 아주 초보적인 윤리적 범주에서만 평가하는 것은 유치원 이전의 단계에 해당한다. 남한은 최소한 북한에 대해서 유치원 이전의 집단적 정신상태에 머물로 있는 것이다.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남한은 국제정치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문맹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각설하고 현시점에서 북한의 열병식이후 가장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의 대선후보 바이든 측이다. 아직 트럼프가 북한의 전략핵무기를 보고 어떤 반응을 나타냈는지에 대한 보도는 보지 못했다. 반면 바이든측의 외교정책고문 브라이언 매키언은 오바마 당시의 전략적 인내와 다른 북미간 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북한이 다탄두대륙간탄도탄 미사일을 보유한 것을 인정하고 나면, 미국도 북한을 더 이상 힘으로 무작정 밀어부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될지 아닐지 알 수 없으나 바이든의 외교정책고문 브라이언 매키언의 발언은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전략핵미사일을 보여준 상황은 이제까지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철저하게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미공조를 운운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실패한 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행동을 바꾸지 않고 미래의 결과만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 가장 어리석다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북한의 열병식을 보고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가? 그냥 북한은 인민의 고혈을 짜서 핵무기와 첨단 재래식 무기를 개발하는 나쁜 놈들인가?

정말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아무리 돈을 들여서 첨단 재래식 무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북한은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도 상당한 출혈을 했을 것이다. 북한은 남한이 그동안 쏟아 부어온 국방비의 수준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어렵지 않게 갖추어 왔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평화를 위해서는 군사비를 어마어마하게 투자하면 된다는 명제는 참이 아니라 거짓이라는 것을 이번 북한의 열병식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년에도 경항모와 수직이착률 F-35B를 수십조를 들여 구매하려한다.

북한은 아마 남한에게 <너희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 부어 신무기를 구매한다고 해도 우리는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국제정치와 남북문제에 대한 집단지성의 수준을 높일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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