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토론과 북핵문제 그리고 우리 입장

미국 대선토론의 거의 마지막 주제가 북한핵문제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성과라고 주장했다. 바이든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와 달리 북한이 핵능력을 축소시킬 경우에만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 이제 미국 대통령이 누구가 되던 핵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몸값이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의 발언권이 강해졌으며 일방적인 압박만으로는 북한을 상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바이든이 김정은과 회담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북한의 핵능력을 축소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종국에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회담의 조건으로 북한의 핵능력 축소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는 않다.

북한의 핵능력 축소는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 당장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사거리의 축소문제일수도 있고 다탄두를 단탄두로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북한의 제2격능력인 SLBM을 제한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들의 실질적인 핵능력을 축소시키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어떤 조건에서든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대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그런 성과가 핵능력 확대의 결과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앞으로 북미간 핵문제를 둘러싼 회담의 양상은 비교적 분명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세계정책의 하나인 핵확산금지라는 대의를 훼손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능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에게 남은 선택지는 외교적인 화장을 잘해서 확산금지라는 명분을 잃어 버리지 않고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이든의 핵능력 축소라는 것은 명분확보를 위한 수사일 뿐일 가능성이 높다. 마치 북한이 이제 아무런 소용도 없는 핵실험장을 폐쇄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면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한 북미간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 내부가 너무 혼란스러워 북미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능력 축소의 대가로 한반도의 기본 안보체계를 변화시켜 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동안 언급되어 오던 종전선언에서 주한미군 감축까지 다양하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정권말기의 혼돈이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걱정된다.

남북관계가 어떤식으로든 발전하면 좋을 것 같겠지만 북한이 미국과 나란히 서게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안보이익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높아진 북한의 위상에 남한은 불안을 느낄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게 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권력은 자신의 안위 걱정에 국가안보는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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