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논란 유감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다. 올해 국내에서는 아무런 행사도 없었다. 한국전쟁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하는 반성적 행사가 있었음직한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정부위원회에 참가하라는 권유가 있었으나 거절했다. 애시당초 이렇게 흘러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 뻔한데 명함만 가지고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가 손 놓고 있는 사이에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역사 해석은 당파적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은 한국입장에서, 미국은 미국입장에서, 중국은 중국입장에서 그리고 북한은 북한입장에서 해석하고 평가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전쟁의 의미를 중국이나 북한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이 사실이고 아니고 분명히해야 한다.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왜곡되어 있으면 당파적 역사해석과 평가도 오류에 머물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전쟁의 오래된 쟁점은 남침이냐 북침이냐 하는 것이었다. 남한 내에서 한동안 문제가 되었던 이 문제는 소위 진보적 성향을 지닌 학자들이 한국전쟁을 남한이 먼저 북침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일어났다. 이런 주장은 러시아 문서고가 개방되면서 모두 근거가 없다고 밝혀졌다. 사실보다는 이념을 앞세우면서 일어난 학문적 참사였다.

스탈린과 모택동 그리고 김일성이 공모해서 남침한 것이다. 한국내의 소위 진보적인 학자들 상당수가 북침설을 지지했는데, 러시아 문서고 개방이후 자신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소명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학계나 정치계나 한번 싸질러 놓고 아니면 말고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치계는 원래 그런 곳이지만 학계는 그렇게 하면 안된다. 학문적 엄밀성보다는 이념적 편향성에 한국 학계가 좌우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면 솔직하게 틀렸다고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학문이 발전한다. 학계가 엄밀해야 아무리 정치계가 혼탁해도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학계는 정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였다. 마치 시민단체가 정치화된 것처럼 학계도 정치화 된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모택동이 스탈린의 꾀임과 강요에 의해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많았다. 중국이 한국전쟁 참가는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련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는 것이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중국의 한국전쟁에 어쩔 수 없이 참전하게 되었다는 주장은 중국이 한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도 한국전쟁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면서 한국과의 관계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어느 수상식에서 말한 것 때문에 중국의 네티즌이 반발하면서 갑자기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변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이하여 한국전쟁을 이슈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여사일이 아니다. 뭔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국전쟁을 이슈화하는 것은 목하 진행중인 미중패권경쟁의 일환이다.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이하여 그들이 미국을 이겼다는 자신감을 중국국민들에게 심어주려고 하는 것 같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보다 미국과의 갈등과 충돌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전쟁에 대한 입장변화를 통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중국이 침략했느냐 아니냐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역사적 사실을 두고 각각의 국가가 어떻게 이용하느냐 하는 것이다.

아직도 중국은 한국전쟁을 역사가 아니라 현실로 보고 있다.

역사를 단순한 과거로 보면 무엇이 사실인가 주장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어 있다. 중국 정부가 어떤 역사적 해석을 택하는가를 보면 그들이 어떤 정치적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일정하게 선으로 그으려는 것 아닌가 한다. 아마도 한국이 미중패권경쟁에서 어차피 미국의 편을 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중국이 한국전쟁에 대한 주장이 사실인가 아닌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학자들의 몫이다. 한국은 한국전쟁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거의없다. 중국은 한국전쟁만 연구하는 학자들이 부지기수다. 솔직하게 말해 중국과 한국의 학자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쟁점에 대해 토론하면 한국학자들이 백전백패할 것이다. 여기에서 한국학자란 전통적 해석에 선 사람들을 말한다.

한국전쟁은 남한과 북한이 각각 존재하고 있는한 어쩔 수 없이 계속 쟁점이 될 것이다. 한국가의 기반은 역사학과 철학이 탄탄해야 한다는 것을 한국전쟁 논란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무엇이 중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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