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시대정신을 버렸고 시대정신은 문재인을 버렸다.

역사공부를 시작할 때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이 헤겔의 영웅론이었다. 역사의 명령을 수행할 영웅이 나타나지만 결국 역사의 간계에 의해 추락하고 비참한 운명을 맞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타고난 성격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도교적 영향을 받은 입장에서 역사의 간계로 비참하게 사라지는 영웅의 운명이 애처롭게 여겨졌다.

요즘 시대정신이란 말들을 많이 한다. 시대정신이란 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근원을 따지면 19세기 독일으로까지 소급한다. 마이네케는 국가이성이란 말을 쓰기도 했다. 간단히 말하면 국민들이 생각하고 바라는 것이라는 의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역사가 19세기 독일의 역사와 다를진데 지금에와서도 시대정신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사회가 그만큼 더 발전해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세상은 어쩔 수 없이 앞에 나서는 사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각광을 받고 주도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지도자들은 모두 시대정신을 이끌어간 사람들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까지 모두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시대정신에 영원이 부합할 수는 없다. 시대정신은 한곳에 그대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를 만들어가는 것이 시대정신일 때도 있고, 경제발전을 하는것이 시대정신일 때도 있다. 민주화가 시대정신일 때도 있다. 각각의 시대에는 다음 시대의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다. 다음의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면 달리는 호랑이의 등위에서 떨어진다. 영웅의 비극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계속 변하는 시대정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앞에서 이끌어가지 못하는 영웅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리고 만다

문재인은 박근혜 이후의 시대정신에 올라탔다. 원래 그가 박근혜 이후의 시대정신을 이끌어 갈 정도의 사람은 아니었다. 매우 운좋게 상황이 만들어져 거기에 올라탔을 뿐이다. 박근혜는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채 권좌에서 떨어졌다.

문재인은 자신에게 부여된 시대정신에 대한 철저한 문제의식도 없이 권좌에 올랐다. 문재인의 비극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국민들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국민들이 요구한 불편부당한 공정과 정의가 아니라 자신들만의 공정과 정의를 추구했다.

문재인은 박근혜 시대를 종식시키는 역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소극적인 상태에 머물고 말았다. 지난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이 참패한 것은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국민들의 결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국민의 힘>은 지금 처럼 화장만하고 국민들을 다시 속이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권이 이승만 시대를 연상시키는 짓을 저질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국민의 당>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이다.

문재인의 비극은 자신에게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지 않은 지적 게으름에서 비롯했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것은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문제 때문이었다. 문재인은 박근혜가 감옥에 간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한국사회에서 재벌문제는 모든 불공정과 부정부패의 출발점이었다.

재벌을 무조건 해체하고 처벌하는 것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벌이 한국경제를 견인해온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들이 한국사회를 먹이감처럼 제멋대로 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재벌의 부정부패가 상속세로 인한 경영권 문제 때문이라면 그런 문제도 정리해 주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것이 가장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재벌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시대적 요구를 무시하고 그들과 결탁했다. 이럴 것 같으면 박근혜를 탄핵할 이유가 없었다. 박근혜는 적어도 자신의 원칙은 지켰다.

문재인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시대정신을 저버렸다. 남북간 화해와 협력 이전에 남한내에서의 화합과 일치를 먼저 했어야 했다. 남한내에서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게 만들면서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직도 박근혜를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는 박근혜가 돈받아 먹지 않았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한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 정권은 부정부패라는 측면에서 박근혜 정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다. 박근혜 정권 당시 최순실이라는 희대의 요녀가 삼성에게 몇백억의 뇌물을 받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는 정권과 관련된 사람들이 라임과 옵티머스 등 수조 단위의 돈을 사기해서 처먹었다. 최순실은 이재용의 돈을 꿀꺽 해먹었지만 문재인 정권에서는 국민의 돈을 해먹었다. 그것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해먹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정권보다 더 나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은 박근혜 시대로 상징되는 구시대와 결별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더 극악하게 부정을 저질렀다. 권력을 사유화했다. 불편부당한 정의와 공정한 세상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을 스스로 버린것이다.

문재인을 시대정신을 헌신짝 버리듯이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시대정신을 버린 자는 비참한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앞으로 역사는 그것을 증명해 나갈 것이다. 항상 그랬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를 발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