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북미실무회담 결렬을 보면서

예상했던 대로 북미실무회담이 결렬되었다. 며칠전에 북미실무회담이 성과없이 끝날 것이라는 글을 올린적이 있다. 북미양국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보면 누구라고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북한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핵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는 핵문지방을 완전하게 넘어 버렸다. 이제는 어떤 협상으로도 북한의 핵무장을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린 것 같다. 북한과 미국의 싸움에서 북한이 이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능력이 완성에 가까울 수록 그 댓가는 점점 더 커진다. 얼마 있지 않아 북한 잠수함이 SLBM을 싣고 작전배치되면 어떤 상황이 될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실패했을때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이라는 것이 북한의 전략군 사령관이 전략핵무기 작전배치완료를 보고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신문에 쓴적이 있다. 아마도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북한은 트럼프가 탄핵국면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벗어났다. 내수 80%의 경제구조이기 때문에 외부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90년대 고난의 길을 겪으면서 경제구조가 완전하게 바뀐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가 북핵문제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철저하게 이용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들고 온 해결책을 보지도 않고 발로 차버린 것은 처음부터 이런 국면을 이용해 핵무장능력을 완전하게 하려고 했던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북한이 스웨덴 회담을 흔쾌히 수용하고 기대한다고 발표한 것도 다 이렇게 보기좋게 미국을 차버리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아마도 과거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을 북한에 제시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이 쥐고 있는 패가 더 강력해졌다. 패가 달라지면 계산법도 달라지는 법이다.

북한이 말한대로 올해를 지나면서 북핵문제는 과거와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무장을 사실상 인정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 그때는 북핵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북한은 미국과 더불어 더 이상 비핵화와 관련한 협상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아마 아무런 조건이 없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요구할 것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 그리고 북미대표단 교환같은 문제들은 더 이상 북한비핵화를 위한 조건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끝까지 비핵화를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그런 조건에서 살아가는 것을 고민해야 할까?

북한의 SLBM 그리고 새로운 길

북한이 북극성-3호를 쏘아 올렸다. SLBM이다. 핵무기는 제2격 능력이 중요하다. 상대방을 완전하게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핵능력은 제2격 능력을 가지느냐 아니느냐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격 능력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것은 핵잠수함이다. 상대방이 지상의 핵을 모두 타격하더라도 바다 밑에서 잠수함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보복을 할 수 있다. 단 한번의 보복타격을 가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번에 북한이 실험한 북극성 3호는 사거리가 2000-3000킬로 미터 정도 가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나갈 수 도 있을 것이다. SLBM의 사거리가 2-3000킬로미터 정도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미국의 서해안에서 발사할 경우 동부지역까지 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미국 전역을 다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북한의 SLBM능력이 괌을 때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SLBM의 본질적인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표현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북한은 제2격으로 미국전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핵억제력을 모두 다 보유하기 직전의 상태인 것 같다. SLBM을 실을 수 있는 잠수함도 거의 다 건조한 상태이다. 이미 7월에 그 잠수함은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그것보다 더 한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는지 모른다. 핵잠수함을 건조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소형 원자로가 문제인데 북한은 그정도는 충분하게 만들어 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항상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어왔기 때문에 북한이 핵잠수함을 건조한다고 하는 것도 지나친 상상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북한은 미국에게 올해안까지 대화의 방침을 자신들의 원하는 데로 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새로운 길이 무엇일까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당시 북한이 전략미사일군의 작전배치완료를 선언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북한이 당시 제가 생각했던 것 처럼 가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북중관계를 강화하는 것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혹은 미사일 실험을 계속해서 미국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했다.

그러나 지금 북극성-3호의 시험발사를 보면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길이란 완벽한 제2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미국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아마 하노이 회담에서 뭔가를 했더라면 북한의 제2격 능력확보 시기를 지연시키거나 정지시킬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은 북미대화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 결국 이것 저것 모두 다 잃어 버리고 만 결과가 되고 말았다.

이번 북미실무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핵억제력을 명확하게 인정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미국은 그런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 북한이 회담을 미국의 회담제의를 수용한 것은 자신감에 바탕한 것이다. 뭐라도 하나 얻어가기 위해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를 인정하고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뼈아프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제대로된 대응책도 나오지 않는다. 북한이 제2격 능력까지 완전하게 갖추게 되면 동북아 안보지형은 어마어마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예측하기 어렵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이야기 했다. 북한이 제2격 능력을 완성하고 나면 우리가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지금같은 상황에서 앞날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 그리고 안보구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미실무회담 전망

북한이 미국에게 북핵문제에 대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강경파인 볼턴을 해임하고 그의 리비아식 해법이 잘못되었다고 발표했다. 북미회담의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평양에서 실무회담을 했다는 보도와 함께 아니라는 보도도 있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 일은 없다. 북미간 뭔가는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북미회담의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문재인 대통령이 UN에 간것도 트럼프와 북미회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UN에 간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북핵문제에 대한 진전이나 성과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 크게 두가지 사건이 생겼다. 첫째는 볼턴이 해임된 것이고 둘째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발생한 것이다.

볼턴 해임은 본인에게는 불명예일지 모르겠으나, 남북미 전체를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북미간 회담도 과거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물론 미국의 정책이라는 것이 안보보좌관 한사람 바뀌었다고 크게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 최근 보도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북미협상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이유로 트럼프에 대한 탄핵절차에 들어갔다. 과거 러시아 스캔들은 이럴 저럭 넘어갔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그냥 넘어가기 쉽지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민주당 대선 후보인 바이든과 그 아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하는 전화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미국에서 이정도 되면 거의 심각한 수준의 문제라고 하겠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를 지켜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기 어려운 상황이 될지 모른다. 이제까지의 전통을 깨고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대신 다른 인물을 대선후보로 내세울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곤경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뭔가 획기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문제가 있더라도 획기적인 성과나 사건이 있으면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제일먼저 들 수 있는 것이 이란과의 전쟁이다. 이미 이란과 전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은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리더십과 권위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은 따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초당적인 지지가 없으면 전쟁은 수행하기 어렵다.

두번째로 트럼프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북핵문제다. 그러나 문제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민주당이 유엔제재 해제와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북한이 내일 모레 권좌에서 내려올지도 모르는 트럼프와 중요한 결정을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가 볼턴을 해임하는 등의 제스츄어를 취해도 북미회담의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물론 북한이 급한 상황에 몰려있는 미국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조금 다른 전망이 가능하다. 유엔제재 해제와 같이 미국 민주당의 지지가 필요한 조치를 제외한 다른 방안을 강구한다면 북한도 협상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종전선언이다. 영변핵시설을 포기하는 대신 종전선언과 함께 남북간 제한적인 경제교류를 인정하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이미 부시 대통령 당시부터 논의되어 오던 것이다. 종전선언을 단순하게 선언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한반도는 더 이상 정전상태가 아니다.

정전상태에서 작동하던 각종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유엔사와 중립국 감시위원회같은 것이 될 것이다. 우선 유엔사의 정전관리 임무가 변경되어야 한다. 즉 MDL과 DMZ를 관리하는 임무가 해제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중립국 감시위원회도 해체되어야 한다. 한국과 북한의 군사경계선을 관리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군이 유엔사가 담당하던 정전임무를 인수받아 종전상황에서의 국경선 방어같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유엔에서 직접 남북간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PKO같은 기구가 파견되어 중립국 감시위원회가 하던 임무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완전한 중지를 댓가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정도에 만족할 것 같지는 않다.

이와함께 남북한 경제협력은 민족내부간 거래로 유엔제재의 대상이 아니라는 선언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마 그정도라면 미국 민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도 재선이 시급한 트럼프를 몰아붙여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성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위에 언급한 것은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최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도 지금의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신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대외협상이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라는 것이 아무리 어려워도 그 가운데에서 뭔가 이루려는 속성이 있는 것이고 보면 이 정도라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나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수중에 달려 있다. 북한이 하겠다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못한다. 최근 북한은 미국에게 남북관계에 간섭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아마도 이번 협상의 최대관건은 남북관계가 될지도 모르겠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비슷한 처지이다. 미국은 트럼프의 리더십 리스크로 한국은 대통령 측근의 리스크로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은 이런 틈을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의 상황은 북한이 가장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해 이처럼 북한과 성과있는 회담을 바랬던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 전략의 변화인가 전술적 모색인가?

트럼프가 볼턴을 해임하고 리비아식 모델이 틀렸으며 새로운 방법으로 북핵문제에 임하겠다고 트위트에 밝혔다. 트럼프의 이런 입장표명은 최선희가 새로운 타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북한은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최후 통첩성 선언을 한 이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북한에게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 북한에 굴복한 것 같은 모습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국에는 강대국 미국이 북한을 겁박하고 있으며 전략적 우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전략적 우위는 국가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북한처럼 자신의 위치를 잘 활용하면 작은 국가도 언제든지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점에서 북한은 세계외교사에서 매우 독특한 존재다.

역사상 북한과 같은 국가는 단 한번도 없었다. 주변의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그들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아마도 중러간 경쟁, 미중간 경쟁 그리고 핵무기라는 여건이 없었다면 북한은 이런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거의 붕괴직전이면서도 강력한 정치적 통제를 유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점에서 정치학적으로도 매우 유례가 없는 케이스인 듯하다. 정치학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이 새로운 방법을 언급했지만 그것이 전략적인 노선의 변경을 의미하는지 전술적인 모색을 의미하는지는 아직 분명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전략의 변경보다는 오히려 전술적 모색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실무회담을 한다고 하지만 그 성과여부는 좀 더 두고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당장 이란문제가 있어서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달래야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내년도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북한이 문제를 일으키면 트럼프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상황관리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지금현재 북핵문제에 대한 전략적 노선변경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볼턴이해임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폼페오가 남아 있다. 북한은 그간 협상과정을 통해 폼페오를 독초같은 인물이라고 평한 바 있다. 사실상 폼페오가 미국의 안보전략을 좌지우지하게 된 상황에서 북한문제에 대한 전략적 노선변경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우선 순위는 북한보다는 중동이다. 그는 석유자본과 상당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트럼프의 입장변화를 환영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실제 실무협상에 들어가면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번에는 실무급회담에서 북미회담이 결렬될지도 모른다.

북한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영변핵시설로 대표되는 미래핵의 중지
또는 속도조절을 조건으로 내세울 것이다. 그리고 반대급부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에게는 유엔안보리 재제를 풀어달라고 할 것이다. 미국은 현시점에서 북한의 미래핵 중지 또는 속도조절이라는 조건으로 안보리 재제를 풀어주기 어렵다.

아마도 미국은 한국의 금강산 혹은 개성관광과 같은 카드를 제시할 지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UN을 갑자기 방문하게 된 이유도 이번 북미협상과 매우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미국이 북한에게 금강산과 개성관광을 조건으로 제시하면 어떻게 할까? 아마도 북한은 그정도 조건은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미 3자간의 대화가 있었다. 북한이 북미간 대화에 남한을 끼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북한으로서는 일종의 노선변경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을 대화에 포함시키는 것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판단할 확률이 많다.

북한은 이번에는 북미간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남북경협과 같은 안을 제의하더라도 별로 반응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트럼프가 재선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활용해 최대한 이익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그게 어디까지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만일 전면적으로 남북경협을 허용하는 극적인 변화정도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런 조치는 지금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하다면 북핵문제 해결의 길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나 한다.

만일 이번에 미국이 북한을 달래기 위한 전술적인 접근을 한다면 절대로 북미실무회담은 성공할 수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북미실무회담에서 전략적인 노선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시 열리는 북미회담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것 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한다고 하는데…

현정부들어 가장 큰 성과는 남북관계 발전이 아니었나 한다. 냉정하게 보자면 현정부는 기대만큼 별로 제대로 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국내정치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권력구조도 바꾸지 못했고 선거제도 바꾸지 못했다. 개헌도 못했다. 재벌에 대해서는 기존의 박근혜 이명박 정부와 어떤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재용에게 가서 일자리 늘리는데 기여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혀를 찼다. 일자리는 중소기업이 더 중요한데 말이다. 국내 경제도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는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한데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응해서 뭔가 한다고 하는것들이 현정부가 경제에 관심을 돌리게 만든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의 권익이 늘어난 것도 아닌 것 같다. 사법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이제 그 동기가 의심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대외정책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일본의 경제침략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우리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나왔고 일본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면 사태가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을 했어야 했다. 일본에게 경제침략의 빌미를 준 것은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 오락가락하다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한 것은 훌륭했다. 세상일은 알 수 없다. 일본의 경제침략이 없었더라면 우리 정부가 소재부품 산업에 관심을 돌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게 세상 이치인 듯 하다.

북핵문제는 현정부가 그나마 자랑할 수 있는 분야였는데, 앞으로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 중재역할을 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미국의 중재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과 북한이 우리를 이용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역량과 실력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년여동안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과거보다 역할을 크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과 미국 덕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통한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북한과 미국의 중재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양자 모두의 신뢰는 그 전제조건이다. 서로 상반된 양자의 신뢰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때로는 양자모두로 부터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양자모두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양자모두의 비난을 받는 것이 어느 한쪽의 칭찬만을 듣는 것 보다 중재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앞으로 북한은 우리 정부를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 원래 대화는 양자가 직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려고 하면 우리는 의례 통미봉남이니 하는 용어를 들이대면서 스스로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 통미봉남과 같은 용어는 현실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각성과 통찰 결여의 결과다.

북한이 한국을 대화 중재자의 역할에서 내치다시피한 것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노히 북미정상회담이후 문대통령은 해외방문에서 북한비핵화를 이야기 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북미간 대화가 파탄이 난 상황에서 북한이 어떤 입장인가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은 결과였다. 미국의 눈치를 보았을 수 있다.

그러나 중재를 하려면 어떤 일방이 좋다 나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 아파트 사는데 매도자 입장만 드는 부동산 중계사를 통해 거래를 하는 사람은 없다. 국가나 개인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북미간 중재를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사이에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상식을 지키지 않았다. 아파트를 매입하고자 하는 사람이 부동산 중계인을 믿을 수 없다고 하기에 딱 맞는 일을 해버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가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큰 것은 최근 북미간 실무회담이 벌어지고 있는 분위기가 아닌가 한다. 아마도 유엔총회에 가서 북미간 회담에 무엇인가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관광 또는 개성공단 등을 북미회담의 윤활유로 제시하려 할 것이다. 아마 그 댓가로 주한미군 부담금을 올려줄지 모른다. 국제정치는 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우리 정부와 거래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정부는 북한의 신뢰를 상실했고 시기도 상실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만 하려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 그것이 북한에게 어떻게 비춰졌을까?

북미간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상실한 것은 크나큰 손실이다. 미국과도 거리를 두고 북한과도 거리를 두면서 한국 나름의 고유한 안보적 역할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정치에서 어떤 국가와 지나치게 가깝던지 지나치게 먼 것은 좋지 않다.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멀어야 한다.

세상일이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은 적어도 현정부와는 특별한 접촉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유엔총회에서너무 무리하게 트럼프에게 부탁하다가 옴팡 손해만 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