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이해하기 위한 조건들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전쟁의 영향으로 우리는 북한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다. 오로지 북한에 대한 비난만이 객관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말은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려는 거의 모든 시도는 친북좌파라의 멍에를 짊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한국전쟁으로 대표되는 극우보수적 시각만이 아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대학의 운동권을 장악한 주사파 운동도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주사파 계열의 사고방식과 극우세력의 사고방식은 서로 닮은 꼴이다. 그들이 서로 견제를 하면서 변증법적 통일과 객관성을 담보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서로 같은 것들끼리 무슨 정반합이 가능하겠는가?

북한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의주장이 아니라 연구와 공부가 필요하다. 주사파나 극우세력이나 공부하지 않고 주의주장만으로 선입관이라는 필터를 통해 북한을 바라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서로 동태눈을 하고 중간지점에 가 있다고 해서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동태눈을 제거하는 노력이 먼저인 것이다. 그 동태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고 고민을 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 머리위에 있다고 해서 그리고 그들이 우리말을 한다고 해서 그들을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북한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생각하는 이해관계를 냉철한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북한이 처한 국제정치질서와 남한이 처한 상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내 문제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우리의 관점에서 지극히 한국적 사고방식에 입각해 바라볼 경우, 실패는 불가피하다.

이제까지 우리가 북한의 행동을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 예측한 적이 있었던가?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북한이 이룩한 성취는 대단하다. 남한이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 이상으로 북한도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 핵보유국가가 된 것이다. 핵보유국가는 기술이 있다고 가지는 것이 아니다. 전국가적인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남한은 할 수 없는 것을 북한은 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 북한핵문제를 바라보려면 왜 북한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했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북한이 처한 국제정세와 우리가 처한 국제정세는 다르다. 주변정세만 다른 것이 아니라 북한은 주변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우리와 달랐다.

북한이 주체라고 내세우는 말은 단순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북한의 정치, 경제, 군사 모든 것을 포괄하는 삶의 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주체라는 말이다. 연구자나 관찰자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이미 소련과 중국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했다. 1952년 한국전쟁이 한창일때 허가이를 위시한 소련파를 숙청했다. 그 당시는 스탈린도 건재하고 있던 때였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마자 바로 중국군의 철수를 요구했다. 그리고 친중파도 모두 숙청해서 제거했다.

어떤 것에 촛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진다. 김일성의 권력강화로 볼 것인가 아닌면 외세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결단인지는 보고 싶은대로다. 1960년대 이후 중국과 소련이 서로 주도권 싸움을 할 때, 북한은 등거리 외교를 했다. 북한이 등거리 외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내부에 친소파도 친중파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한국에서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하자고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그럴 수 있었다. 지금 한국이 직면한 상황이나 1960년대 북한이 처한 상황을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은 해 낼 수 있었지만 한국은 할 수 없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북한이 핵 개발을 결심한 것도 냉전의 붕괴 때문이다. 그 이전에는 중국과 소련의 핵우산으로 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소련은 망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중국은 북한을 냉정하게 내쳤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한사람의 미친 권력자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경험의 결과다. 국가의 존속을 생각한다면 누구라도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일이다. 결단을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마치 중국이 북한을 좌지 우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다. 어마어마한 착각이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소련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을 향하고 있지만 방향만 틀면 바로 중국이다. 북한은 단 한번도 중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라.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친중파인 자신의 고모부 장성택을 제거한 일이다. 이복형제로 중국이 뒤를 봐주고 있던 김정남을 보란 듯이 제거한 것은 중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연줄을 잘라 버린 것이다. 이런 것을 보고도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나 아니니 이야기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국제정치학자중에서 중국이 북한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태반인 것 같다. 마치 미국이 한국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이 북한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의존도 오래되면 습관이되고 성격이 되는 법이다. 항상 의존적인 삶을 살았으니 남도 다 그렇게 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일제시대에 일본에 부역해서 잘먹고 잘산 사람도 있지만, 만주에가서 풍찬노숙하며 일본과 싸우다고 굶어죽거나 맞아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다.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도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장 잘못된 이유는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바라본다. 당연히 정책목표가 잘못설정되고 구체적인 정책도 엉망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북정책의 출발점은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먼저 버리는 일이다.

미중패권경쟁 시대에 남북 평화협정이 필요한 이유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서 우리가 살아 남는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면 한미군사동맹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면 중국과의 교역규모를 줄여야 한다. 둘다 어렵다. 딜레마다.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경우, 우리는 곧장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직면한다.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언급하면서 주한미군 감축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은 상황이 불리하거나 어려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도 남는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라 민주당이 들어서더라도 마찬가지다. 만일 우리가 미국과 손잡고 중국에 맞서다가, 미국이 싹 빠지면 우리는 혼자 남아서 중국과 대적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수도 있다.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변국과 과거 왕조시대의 주종관계를 재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주종관계의 정도와 성격에는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중국은 한반도를 상호호혜적인 관계로 가져가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위협과 강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핵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가장 반대했던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언론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중국의 안보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장에 격렬하게 반대해 왔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현실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에 틈이 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북한 핵무기 제거시도를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중국을 이용한다고 하고 있지만 실은 중국에 이용당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대신했을 뿐이다.

중국과 교역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시장을 개척한다고 하더라도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시장은 없다. 동남아와 아프리카 인도 등의 시장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지만 중국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시장은 북한이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쉽지 않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전국민적 지지가 절대적인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거 역사의 족쇄가 미래의 삶을 구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상황은 바뀌었으나 우리의 주도세력들은 여전히 과거의 환영속에 살고 있다.

일본과 교역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우리가 숙이고 들어가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일본이 한국에게 사과를 하는 경우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사는 나라가 될 경우다. 지금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보다 더 잘 살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일본의 주류들은 한반도가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때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일본이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일관계는 지금보다 더 나아가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로지 힘의 역학관계로만 일본 주류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을 뿐이다.

일본과 관계를 잘 가져가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일본과 미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서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상황을 넘어 섰다. 일본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지 일본의 눈치를 보면서 기술과 자본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한번 구걸하면 계속 구걸하게 된다. 언젠가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넘어설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일본과 맺어오던 관계를 넘어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과 과거의 관계에 머물러 있으면 도약할 수 없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가장 좋은 방안은 남한과 북한이 관계를 정상화하여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공동경제발전을 도모하여 일본을 뛰어 넘는 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통일은 당분간 어렵지만 경제적으로는 얼마든지 남북한이 서로 협력할 수 있다. 남북한이 서로 협력하면 일본도 무시할 수 없는 경제력을 형성할 수 있다. 그때가 되어야 일본도 한국에게 미안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다. 그러기 전까지 일본은 남북한의 접근을 최대한 방해하고 저지하려 할 것이다.

남북한이 군사적인 긴장관계를 해소하고 경제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해적인 대외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미국은 그런 북한을 자꾸 중국쪽으로 밀어 넣고 있다. 미국 외교정책의 한계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전문가들이 일본의 영향하게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북아정책 전문가 그룹들은 일본의 지원하에 연구를 했다. 돈주는 사람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과거 일본통이던 아미티지 국무부부장관이 한국은 미국을 버리고 중국에게 붙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버젓이 내기도 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일본의 영향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계속되면 우리는 이도 저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한이 힘을 합하는 일이다. 평화협정은 미국과 북한이 맺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평화협정이 필요한 것은 남한과 북한이다. 남한과 북한이 먼저 평화협정을 맺고 그 이후에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도 있다. 남한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기 위해서는 한미군사동맹관계의 성격이 변해야 한다. 전작권전환은 그 출발점이다.

남한은 북한과 힘을 합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상호 호혜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남북한은 절대적으로 서로 필요하다.

냉전시대에는 한미일 3각 동맹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중패권경쟁의 시대에서 한미일 3각구도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한미일 모두 중국과 경제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중국을 봉쇄하는 방식으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내기 어렵다. 기존의 판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그 출발점이 남북평화협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핵의 시계는 가고 있다.

국내문제로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에도 북한핵문제의 시계는 계속 가고 있다. 북한핵문제는 미국 대선즈음에 북한이 태평양에 강력한 핵실험을 실시함으로써 정리될 것이라고 수차례 말했다. 미국도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한 준비를 하나씩 하고 있는 것 같다. 정작 우리는 별 관심도 없고 준비도 하지 않는 것 같다.

8월에 들어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사이에 미국은 북한핵실험에 대한 준비를 나름대로 해오고 있다. 하나씩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8월 4일 미국공군은 ICBM인 미니트맨 발사실험을 했다.

8월 4일 대니얼 카블러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관은 북한에서 발사하는 모든 미사일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8월 5일 미국방부 빅토리노 머카도 미국방부 전략담당 차관보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으며 정교한 시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8월 6일 미국 미사일 방어청 대변인실은 2018 회계년도 국방수권법 1680조에 따라, 올 가을에 하와이를 북한의 ICBM공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한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실험에 참가하는 SM-3 블록2A는 미 해군의 최신 해상요격미사일로 대기권 밖의 고고도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

8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되면 이란 및 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의 행동은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북한이 대선 전에 핵실험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미니트맨 실험 같은 것은 상황에 따라 미국이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미사일 요격실험도 북한의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순간에도 결정적 상황을 향한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국내문제에 매몰되어서 정말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는 애써 눈을 감고 있는 것같다.

북한이 핵실험을 결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이 닥쳐서 허둥지둥 호떡집에 불난 것 처럼 떠들지 말고 미리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씩 대비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해서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서서히 힘의 균형이 변해갈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당장 한미동맹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 지면을 장식할 것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위기의 상황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나라가 미국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고비마다 미국은 우리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한국전쟁에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해방정국에서 섣불리 철수를 하지 않았다면 한국전쟁도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우리는 성격이 전혀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것은 남에서 의존하는 버릇을 버리는 것이다. 남에게 의존하는 습성에 물들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는 법이다.

미국과 북한이 충돌하면, 우리는 ?

북한이 11월 대선전에 태평양에서 강력한 핵실험을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생각한다는 것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 예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북한의 행동이 보도되었다.

북한이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와 비공개회의를 열고 군수 생산계획과 전쟁억제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비공개회의에서 “조선반도 주변에 조성된 군사정세와 잠재적인 군사적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중요 부대들의 전략적 임무와 작전동원태세를 점검하고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기 위한 핵심 문제들을 토의”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금 이 시점에 전젱억제력을 강화하고 군수생산계획을 논의했다는 것은 그냥 그렇게 지나갈 여사일이 아니다. 미국의 B-1B 랜서 폭격기가 17일 미국 사우스다코다지역에서 동해를 거처 동중국해로 출격했다는 사실과 북한의 전쟁대비 움직임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북한의 행동이 미국 B-1B 랜서의 출동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 이후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나서 어떤 식으로 군사적 대응을 할 지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행동으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예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기는 어렵다. 어떤 경우든 핵보유국가를 공격한다는 것은 그에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 우리가 제일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나서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고 할때 여기에 동의할 것이나 아니면 반대해야 할 것 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고 할때, 우리도 미국과 같이 행동을 해야하나 아니면 미국의 군사적 행동에 반대해야 하나? 이런 일은 분위기 보아가면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분명하게 입장을 미리 정해 놓지 않으면 막상 닥쳤을 때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주변에 끌려다니게 된다.

북한이 미국대선에 앞서 핵실험을 감행하면

원래 이글은 7월 13일 경향신문에 칼럼으로 쓰려고 했던 글이다. 그러다가 백선엽 문제를 도저히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백선엽에 관한 글을 밤에 썼고 그 문제로 경향신문에 글을 그만 쓰기로 결정했다.

신문에 칼럼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글자 수가 한정이 되어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어차피 신문에 올라갈 것이 아니니 글자수에 구애받지 않고 조금 다시 정리했다. 지금 우리는 국내문제로 시끄럽고 정신이 팔려있지만 지금부터 11월 대선까지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북한은 11월 대선을 자신들이 핵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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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1월 미국 대선은 북핵문제 진행과정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북미협상 주도권을 완전하게 장악했다.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것은 상대에게 구애되지 않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대화를 택할 수도 있고 태평양의 핵실험과 같은 강경한 행동도 할 수 있다. 핵실험으로 미국 대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선 전에 핵실험을 감행하면 트럼프를 곤경에 빠지게 만들 것이다. 반면 바이든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 같으면 가급적 대선 이전에 감행할 것을 바랄지도 모른다. 트럼프를 꺽는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정권을 장악하고 나서도 골치아픈 고민거리 하나가 줄어든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지적 게으름과 전략적 사고의 결여가 스스로 곤경에 빠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처지에 몰리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노이 협상 결렬이다. 회담 결렬 책임을 물어 볼턴을 해임했지만, 결국은 모든 결정과 책임은 대통령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하노이 회담 결렬로 자신의 재선뿐만 아니라 미중패권 경쟁의 중요한 카드도 상실했다. 미국은 당면한 미중패권 경쟁과 북핵문제 해결의 우선순서를 정리하는데 실패했다. 미중패권 경쟁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면 북핵문제는 유연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북한이 중국의 인후부에 박힌 비수와 같은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막기 어려운 핵무기라면 그 방향을 미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현명할 수 있었다. 미국은 목표의 우선순서로 제대로 설정하지도 못했고 노력도 집중하지 못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나선 것은 미중패권 경쟁 상황에서 나름의 거래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미국의 편을 드는 것이었다.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미국 편에 설 수 있는 이유는 많다. 북한은 중국을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해 왔다. 오바마 행정부 중반기까지 미국은 김정일 사후 북한불안정 사태가 발생하면 중국군을 북한에 진입시켜 북한핵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은 중국에게 넘겨준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은 북한진입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침묵했다. 트럼프를 만나 한반도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하는 시진핑을 바라 보고 있는 북한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100년의 원수이고 중국은 1000년의 원수라는 김정은의 말은 북한이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전쟁 부터 시작되어 장성택까지 이어진 북한의 숙청사는 중국의 영향력에 벗어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이해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만 달성하려고 했기 때문에 20년동안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와 달라진 것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을 통해 미국의 대중 정치인들과의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북한이 11월 대선에 즈음하여 핵실험을 감행하고 그로 인한 미국민의  공포를 이용하여 미국 정치인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핵을 인정하게 하려는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11월 대선 즈음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중패권 경쟁과 동북아 안보정세에 격변을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가도에는 악몽이지만 미국의 대중 군사전략에는 호기일 수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이해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사이에 불일치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과 일본에 미국의 핵무기 배치하자는 여론을 조성할 것이다. 미국은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동북아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하여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 미국의 INF(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폐기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북아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점에서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패권경쟁은 항상 군사적인 양상을 띤다. 이는 국민국가 형성과정의 필연적 현상이다. 서양의 역사진행과정에서 국민국가란 곧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중국과 패권경쟁에 군사적인 봉쇄를 제일먼저 구상하고 있는 것도 자신들의 역사적 경험의 소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중국을 목표로 한 핵무기를 배치하기 용이한 조건이 형성되도록 북한의 핵실험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다.

북한의 핵실험은 관련국에게 각각 다른 전략적 유불리를 조성할 수 있다. 북한에게는 무조건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실험을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한국과 중국에게는 거의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미국은 대중 핵미사일 봉쇄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다.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 배치하게 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중봉쇄의 최전선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중국의 전면적 보복으로 대체불가한 손실을 당할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심추도 북한으로 이동할 지 모른다. 미국은 핵무기 배치 후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여유를 가지고 북한과 협상을 시도할 것이며 북한을 대중국 봉쇄전선에 포함시키려고 할 것이다. 몸값이 올라간 북한은 한반도 대표선수 자리를 요구할 것이며, 미국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더라도 핵실험 이후의 북한은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훨씬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하노이 협상결렬은 미국의 전략적 실패가 아닐 수 없다. 강경대책이 기분은 시원할 지 모르나, 감내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루게 되는 까닭이다. 

북한이 미국의 11월 대선즈음에 핵실험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잘못하면 공상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6.25 기념사, 김대중 대북정책의 조종

문재인 대통령의 6.25 전쟁 기념사를 놓고 이런 저런 말이 많다. 많은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기념사를 보면서 느낀 것은 너무 상반된 내용들이 들어가 있어서 화해를 하자는 것인지 한판 해보자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종전을 이야기하고 평화를 이야기 한 것은 맞다. 그러나 체제경쟁이 끝났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도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우습게 보고 있으니 더 이상 까불지 말라는 것으로 느껴졌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어떻게 받아 들일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보면서 북한과 화해를 하자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더 치열한 경쟁과 투쟁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겉으로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더욱더 강력한 대결을 하겠다는 것으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일전에 김여정의 도발에 청와대와 여권이 발끈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대북화해협력이 아닌 대결구도로 갈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는 그런 저의 우려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6.25 기념 행사는 마치 나찌의 행사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탁현민이라는 기술자의 솜씨겠지만 민주주의가 타락하면 정권은 그런 행사를 통해 정통성 확보를 시도한다. 6.25 기념행사는 전형적인 나찌 스타일이었다. 행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파시즘 흉내를 내는 것을 보고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에 놀랐다.

정권이 파시즘적 경향을 띠게 되면 항상 적을 찾는다. 상대방을 적대시 혹은 악마화하면서 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일본이 그런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북한이 그런 대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우려가 우려로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정권을 이끌어 가는 인물들 면면을 보면서 그런 우려가 우려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우울한 전망을 거두기 어렵다.

북한도 고민이 클 것이다. 이제 남한을 조금 달래 놓고 미국과 한판을 벌여야 하는데 남한이 이렇게 올라오니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일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남한정부가 북한에게 도발하라고 대들고 있는 형국이 아닌가 한다. 북한으로는 도발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앞으로 두고 볼일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대통령의 기념사가 마치 종전선언으로 북한에 뭔가 큰 선심 쓰는 것 같이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대통령과 집권세력에게 아부하기 바쁜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의 6.25 기념사는 김대중의 대북화해협력 정책의 조종이나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볼턴 자서전, 아베의 종전선언 반대를 어떻게 읽어야 하나

볼턴 자서전중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일본의 아베 총리가 트럼프에게 종전선언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고 말고가 아베의 권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상회담의 중요 안건에 대해서는 수없이 치밀한 검토가 진행된다. 대통령의 말한마디는 그런 검토의 결과인 것이다. 물론 통치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방향이 바뀌기는 하지만 외국의 수상 권유에 의해 이리저리 방향이 바뀌진 않는다. 물론 정치적 흥정에 의해 바뀔 수도 있다. 일본이 미국물건을 엄청 많이 사줄테니까 제발 그것만은 말아 달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전문을 읽어 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종전선언을 막은 것은 볼턴이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아베가 종전선언을 하지 말라고 권유했다는 것을 보고 격분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격분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일본의 현 집권세력들이 동북아 안보정세를 어떻게 보는가하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수차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인해 우리 입장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확률이 높다는 언급도 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한반도는 불편해진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 남한과 북한이 힘을 합쳐야 하고 일본도 같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다. 남북일 3국연합 같은 구상도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다.

아베의 종전선언 반대는 그가 앞으로 다가올 폭풍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베는 남한과 북한이 분리된 상태에 있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다가오는 중국의 압력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오로지 남한과 북한이 힘을 합했을 때, 일본을 능가할 수 있다는 근시안적 우려만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일본의 집권세력은 한반도에서 분열이 지속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동맹이니 하는 말이 왔다갔다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의 모든 역량을 우선 남과 북의 적대적 관계 청산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이유다.

북한의 비핵화가 되지 않으면 남한의 안보가 위태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만일 북한에 핵이 없었으면 이미 전쟁이 났어도 몇 번은 났을 것이다. 전쟁후 북한 땅은 중국에 넘어 갔을 것이다. 미국이 들어와서 전쟁을 하면 북한 땅이 남한으로 넘어와 통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생각이 없다고 밖에 하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북한 땅으로 들어가면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 중국과 6.25 전쟁의 교훈이 있으니 아마 북한 땅에 들어가자 마자 제일 먼저 김정은 정권부터 제거할 것이다.

미중패권 경쟁의 무대 그리고 일본의 근시안적 안목으로 볼 때, 남한과 북한은 운명공동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남한 북한 모두 서로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장군들을 몇분 인터뷰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일본군인의 군화발이 남한에 들어오는 것을 택하느니 북한에 적화통일 되는 길을 택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분 들 중에는 한일 군사교류를 극력 반대한 분도 있었다.

볼턴의 자서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군대의 한국진입에 대해서 발언내용이 분명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일본군대의 한국진입에 관해서는 분명하게 ‘노’라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어정쩡한 태도는 미국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아베의 종전발언에서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것은 남북한 문제는 주변국보다는 당사자기 직접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일본 위정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일본은 남북관계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같은 상황을 보면 일본은, 미중패권경쟁 이후 중국이 동북아에 영향력을 확보하게 되면, 미국을 버리고 중국에 붙어서 남북한을 분열된 상태로 그대로 두고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고 나설 지도 모른다.

한편, 여권 일각에서 아베의 종전선언 반대 주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 아베 종전선언 반대를 주장한 것은 자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추진한 것이다. 그것은 현실주의 정치에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도덕적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을 뛰어 넘느냐 못넘느냐는 남한과 북한의 능력과 실력이다.

집중적으로 아베의 종전선언 반대를 다루면서 국민감정을 반일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어도 한참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문재인 정권이 파시즘적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아베의 종전선언 반대를 빌미로 문재인 대통령의 무능력과 실책을 덮으려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일감정을 동원할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볼턴 회고록,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부분

볼턴의 자서전이 미국 정가의 핵심의 눈이 되고 있다. 그 내용중에는 우리와 관계있는 일도 있다. 볼턴의 주장중에서 가장 실소를 금치 못하는 부분이 북한이 1년이내에 비핵화할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야기를 믿고 트럼프가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설사 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문재인 대통령의 말만 믿고 북한과 대화를 나섰다는 주장은 어이가 없었다. 만일 그렇다면 세계패권국가로서 미국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트럼프가 밉더라도 비판은 상식적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씩 따져보자.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직접 해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1년안에 비핵화할 것이라는 말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볼턴의 주장에 청와대의 직접적인 반응이 없다는 것은 그와 유사한 말을 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만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면, 그것이 북한의 의도를 전달한 것인가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생각인지를 따져야 한다.

북한이 1년안에 비핵화를 하겠다는 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다면 그것은 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속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했을 뿐, 공식적으로 시기를 못밖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애시당초 북한은 시기를 정해 놓고 비핵화를 이야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을 확대해석해서 트럼프에게 이야기 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미대화가 문재인 대통령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말도 안된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트럼프도 참모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을리가 없었을 것인데 그때 그들은 무슨 의견을 냈다는 말인가? 볼턴도 북미대화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당연히 강력한 반대 의견을 냈어야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북한은 미국에게 시종일관 핵무기 보유를 인정받으려 했지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시작한 적은 없었다. 북한의 비핵화란 핵고도화의 속도를 줄인다는 것이거나 이미 필요없는 시설을 제거한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세계를 경영하는 미국이 그토록 중요한 일에 제대로된 검토도 없이 마치 동네 구멍가게 주인처럼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만일 그렇다면 미국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미국은 충분한 내부 검토이후 북미회담을 시작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참고사항에 불과했을 것이다.

북미회담 과정에서 트럼프가 재선을 위한 쇼맨십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선을 앞둔 대통령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하고, 주요 이슈를 장악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볼턴은 트럼프가 아무런 생각없이 오로지 재선만을 위해 북미회담을 추진했다는 것을 주장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백했다는 것이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트럼프의 북미회담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바로 볼턴이 져야한다. 그는 자신이 져야할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성과없이 끝난 북미회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느냐 하니냐가 아니다. 그가 질책과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매사에 북한에 대한 태도와 자세 그리고 어떤 사안에 접근하는 행동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지적한 바 있지만 대북정책에 있어서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북한문제를 전략적 목표없이 오로지 국내정치의 당파 싸움에 이용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북한핵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트럼프와 문재인이 비슷한 것 같다.

문재인 정권은 대북정책에 대한 철학과 방향이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은 참여정부의 대북송금특검 수용에서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이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을 수용하는 것 같이 행동했지만, 대북포용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대북송금특검으로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동교동계를 제거하기 위해 대북정책을 날려 버렸다. 그 이후 단지 정치적으로 대북정책을 활용만 했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 파탄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한반도에서 새로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가능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말고가 아니다. 그가 정말 비난 받아야 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에게 하는 말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하는 말과 북한에게 하는 말이 다르면 문제가 생긴다. 중개인 역할을 하려면 정직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행동방식은 과거 일본과 조선사이에서 중개역할을 했던 대마도주와 비슷하다. 상대방이 듣기 싫은 말은 빼버리거나 요리조리 바꾸어 버린다. 당장은 별일없이 지나가다가 당사자가 직접 대면을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 들었던 말과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정책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정치에서도 그런 경향을 자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어찌어찌 정리될 수 있다. 우리끼리니까. 그러나 국제관계에서는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미국의 사드 배치이후 중국에 3불정책을 약속했다. 미국의 MD체계에 들어가지 않는다. 한미일 동맹하지 않는다. 사드추가배치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놓고 미국이 요구하면 또 다 해줄것 같은 이야기를 한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사이에서 우리가 곤혹을 치른다면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애메모호한 태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저렇게 반발하는 것도 북한에 가서 했던 말과 그 이후의 행동이 전혀 다르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행동방식 때문이다.

볼턴의 자서전에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여럿 있지만 그 중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만 정리해 보았다.

김여정 전면등장의 의미, 후계자가 아니다.

김여정의 등장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다. 주종을 이루는 것은 김여정이 김정은의 후계자 지명를 받고 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김정은이 지금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김정은의 건강에 대한 분명한 정보가 있어야 가능한 분석이다. 소위 북한과 관련한 전문가 거의 전부가 후계자 운운하다. 참 답답하다.

북한은 매우 전략적인 국가다. 그들은 철저하게 전략적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탈북자출신 국회의원도 김정은이 죽었다고 공공연하게 떠들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활동을 재개하니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들어가 버렸다. 그들은 최소한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알았습니다’하는 사죄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남쪽에 내려와서 제일 나쁜 것만 먼저 배웠다. 모르쇠하는 것.

일전에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것을 김정은이 자신이 유고시에 통수권 공백을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부터 미국 대선까지 북한은 핵보유국가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떤 일을 할지 모른다. 당연히 미국은 그것을 막기위해 어떤 노력이든지 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김정은을 살해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경우에 김여정을 앞에 내세워 곧바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추측에 불과하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 것인지를 고려한 추측이다.

김여정의 전면등장은 김정은의 후계자가 아니라 김정은 유고시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이다.

북한이 김여정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또하나 있다. 앞으로 김정은이 남한 지도자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번 문재인과 수차례 정상회담을 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그래서 김정은 위신만 내려갔다. 북한은 앞으로 남한 대통령을 김정은이 상대해야할 수준이 아니라고 격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이 남한 대통령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재인이 아니라 김여정과 문재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권이후 다른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남한 대통령은 직접 김정은과 상대하기 어렵다. 김여정과 기본적인 합의를 다 마친상태에서 이를 김정은에게 추인받는 형식의 알현과 같은 방식이 될 가능성이 많다.

김여정이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자 곧바로 청와대 대변인이 발끈해서 나섰다. 하수중 하수가 할일을 한 것이다. 이런 일은 통일부에서 나서서 비난하고 욕을해야 한다. 우리나라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여정의 파트너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만 것이다. 아마추어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 장관이 사퇴를 한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사퇴를 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도 적절치 않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대북정책을 정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문제는 청와대가 너무 지나치게 모든 내각의 업무에 관여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지금 반성해야하는 것은 청와대다.

지금부터 다음정권 들어설 때까지 남북대화는 없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어제 예상한대로다. 남한에서는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북한의 행동을 비난한다. 북한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북한전문가보다 국제적인 전망과 식견을 가진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 차라리 기업에서 협상을 많이 해본사람들이 북한문제를 더 제대로 풀수있다고 생각한다.

콜린 파월 전미국무장관의 자서전에 보면 전문가 말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해당분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잘 정리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파월 전 국무장관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의사결정의 참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

우리나라 북한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두 엉뚱한 짓을 했다. 북한이 무엇을 노리는지 전략이 무엇이고 전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만 들여다 보니 그런 오판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문가들은 자신의 전문성 제고보다는 그것으로 어떻게 한자리 차지해보려는 생각이 더 큰 경우가 많아서 자신의 전문성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의견과 해법을 제공하는 어용학자가 대부분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북한의 전략과 전술에 대해 무슨 고민을 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북한의 발표문만 일관성있게 추적해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이번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 가능하다. 첫번째는 북한이 말은 거칠게 했지만 그래도 행동은 최대한 온건하게 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설 폭파라도 판문점연락사무소 폭파와 금강산 시설 폭파는 의미가 다르다. 금강산 시설 폭파는 현대와 직접 관계가 있다. 만일 현대의 재산을 파괴해버리면 나중에 남북경협이 진행되더라도 남한 기업이 진출할 때 부담을 가지게 된다. 나중에 북한이 어떤 보장을 해주어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 반해 남북연락사무소는 남북한 정부간의 문제에 국한된다. 특히 북한이 판문점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은 문재인 정권과는 다시는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차후 남북경협의 기반은 가급적 흔들지 않는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북한은 상당한 부담을 무릅쓰고 문재인을 평양에서 수많은 대중앞에서 연설하도록 했고 문재인의 요구로 인해 백두산 가는길까지 길도 새로 냈다. 지금 남한에서는 김정은이 잠실 스타디움에서 대중연설을 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을까? 북한은 통제사회니까 김정은은 정치적 부담이 없는것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어떤 정치세력도 거의 비슷한 부담을 느낀다. 김정은도 당내의 상당한 반발을 물리치고 문재인을 평양스타디움에 세워주었을 것이다.

지금 북한이 문재인 정권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자기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나올지 모른다. 다만 이번에 금강산이 아니라 판문점 시설을 폭파한 것을 보면 남북경협과 관련한 시설을 폐쇄는 하더라도 폭파를 하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은 이번 폭파이후 남한의 동향을 살펴볼 수도 있고 아니면 곧이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이미 어떤 방식으로 도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은 모두 다 했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가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더라도 남북한 관계를 그래도 우호적으로 가져가고자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으으로부터 그런 기대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판단했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파탄내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밝혔기 때문에 조만간 예봉을 미국으로 돌릴 것이다. 쓸데없이 남한에 힘을 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태평양에 항모를 세척이나 배치한 것은 북한의 낌새를 나름대로 파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

이 시점부터 문재인 정부는 쓸데 없이 북한과 잘할 수 있다느니 마느니 하는 소리를 아예 하지 않고 조용하게 있는 것이 북한의 군사도발을 당하지 않는 방법이다. 상대하지 않겠다는 사람 자꾸 따라다니는 것은 스토커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을 너무 우습게 알았다. 상대방을 우습게 알고 가벼이 여기면 몇배로 더 당하는 법이다.

지금부터 다음정권이 들어설 때 까지 남북대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