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사이에서 길을 잃다.

우리의 삶은 여러 층위로 구성되어 있다. 가정, 사회, 국가, 세계 속에서 우리는 영향을 받는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가 삶을 제대로 편하게 살아가려고 하면 중요한 것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쁜 우리네 인생은 그런 폭 녋은 관심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심은 풍요롭고 정의로운 삶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도 잘사는 국가가 되었지만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점이 여럿있는 것 같다. 단기간에 잘 살게 되었으니 오랫동안 경험과 역량이 축적된 나라보다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이 아닌가 한다. 미국신문이나 일본신문 같은 경우는 주변안보환경이나 국제정치와 관련하여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 정도되는 국력을 가진 국가들이 주변국제정세에 대한 관심에 비해 우리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원래 안보와 외교는 대통령의 고유영역이라 한다. 왕정시대에는 국왕의 영역이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안보와 외교는 우리 삶을 규정짓은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에 합당한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전쟁이후 우리는 한미동맹의 안보틀에서 살아오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최대의 우방국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은 미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서 한일합방을 할 수 있었다. 동맹이란 영원하지 않다. 지금 미국이 우리에게 6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방위비로 요구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의 한미동맹이 과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변하기 때문이다.

12월 28일자 동아일보에서 ‘김순덕’은 ‘중화제국의 속국으로 살 것인가?’라는 칼럼을 실었다. 그 내용을 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문의 논설위원의 세계와 안보에 대한 인식을 보면서 적지 아니 실망을 했다. 김순덕은 문재인 정부를 친중정부라고 먼저 규정했다. 이어서 대원군을 청나라로 잡아간 것을 지적하면서 중국이 몰려온다고 하면서 안보위협국이 중국인지 일본인지를 분명히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중국으로 부터 굴욕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서두에는 홍콩인권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비판을 했다.

우리네 지식인들은 항상 이편 아니면 저편을 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던 뿌리깊은 노론적 사고방식의 연속인 듯 하다. 개화기의 역사에서 우리가 교훈을 삼아야 하는 것은 주변의 강한 나라에 빌붙어서는 제대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친중정부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실과 너무 다르다. 문재인 정부는 친중정부가 아니라 친미정권이다. 그것도 지나칠 정도로 친미정권이다. 속성상 친미적이면서도 외형상 친중이라고 비난을 받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정권이 친중이냐 친미냐는 그정권이 어떤 정책을 펴왔는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제까지 문재인 정권은 미국편에 붙어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문재인 정권이 친중정권이라면 그동안 한중관계가 지금처럼 경색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순덕이 현정권을 친중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중국보다 미국에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묻고 싶다. 지금보다 미국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 주한미군 주둔비용 달라는 대로 다주어야 하나? 지소미아 같은 것은 종료하겠다는 시늉도 내면 안되고 그냥 눈만 끔뻑 끔뻑 거리고 있어야 하나? 한국에 중국을 목표로 하는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한다고 해도 그냥 좋다고 해야 하나? 유엔사 회원국에 일본을 집어 넣어 일본군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그대로 허용해야 하나 ?

일부 보수인사들의 걱정하는 한미관계의 한계는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더 이상 들어 줄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은 없다. 정상적으로 한미관계가 발전하자면 이제는 미국이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항상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시소를 타려고 하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미국편을 설 것이냐 중국편에 설것이냐라는 생각은 지금의 우리 국력에 비추어서 볼 때 더 이상 타당한 전략이 아니다.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우리가 중국이냐 미국이냐로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당당하게 우리에게 유리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보다 훨씬 국력이 약한 필리핀도 중국과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성장과 발전의 한계선에 도달한 것 같다.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히고 우리의 가능성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19세기 구한말의 상황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 스스로 외연을 넓혀가도 시원찮은데 스스로 접촉면과 외연을 줄여나가면 어찌 성장하고 발전을 하겠는가 ?

아직 우리는 미국과 중국사이의 미로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유엔 안보리이후의 사태 전망을 해보면

12월 11일 북한의 미사일 엔진 발사 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가 소집되었다. 북한은 곧바로 미국의 요구를 반박하는 외무성 담화를 내놓았다.

이번 사건은 과거와 많은 차이가 있다. 첫번째는 유엔 안보리의 기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북한이 행동의 자유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먼저 첫번째, 유엔 안보리의 기능마비문제를 살펴보자. 최근 북핵문제로 인해 유엔안보리의 기능이 마비되고 결과적으로 제2차세계대전이후 기능해오던 국제체제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제시한 바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는 유엔안보리가 작동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했다.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데 동의했다. 이제까지의 대북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없이는 어려웠다. 특히 그 중에서도 중국의 입장은 결정적이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코밑에서 핵과 미사일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북한이 부담스러웠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가 잘 나가고 있는데 괜스리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에 불안정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으로 강제진입하여 핵무기를 제거하고 북한지역에 대한 통치는 중국에 일임한다는 미국의 제안은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동참했다. 그것은 순전히 중국의 국가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일전에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반도 특히 북한지역이 과거 중국의 영역이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으로 부터 북한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인정받는 동시에, 미국에게 북한으로 진출하지 말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중간 패권 경쟁이 불거지면서 부터이다. 미중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요구에 더 이상 동참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중국도 북한의 핵능력 범위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렇게 볼때 중국과 북한이 혈맹이니 뭐니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에 도움된다면 언제든지 북한을 이용해왔고, 끝임없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최근 중국이 기존의 태도와 달라진 것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한 제재에 참가해 오면서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스스로 상실해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유엔안보리에서 중국이 미국의 추가제재를 더 이상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이 집적된 결과이다. 아마도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은 올해 시진핑의 북한 방문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다. 중국은 미중패권 경쟁의 와중에서 북한을 중국편에 확고하게 붙들어 매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지금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홍콩사태와 대만의 독립문제를 고려해 보면 중국이 왜 북한을 붙잡으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진핑의 북한 방문은 향후 북중관계를 규정하는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시진핑 방북이전과 그 이후의 북중관계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앞으로 북중관계의 역사는 시진핑 방북이 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김정은과 푸틴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아마도 러시아는 북한과 가장 전략적인 입장이 유사한 국가일 것이다. 북러관계강화는 현실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다.

북한은 북중, 북러 관계를 정상화시키면서 이미 유엔안보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사실상의 여건조성을 모두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보면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이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미리 다 상정하고 대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9세기와 20세기간 세계를 지배해오던 패권국가들의 흥망은 항상 변방국가들에서 결정되었다. 많은 학자들이 패권국가와 패권도전국가들의 직접적인 투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항상 패권국가들과 패권도전국가들의 변방을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운명이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미국은 중국을 다루는데 실패했다. 홍콩과 신강위구르는 다루기기 어렵다. 이미 중국의 실제적인 통치가 강고한 지역이다. 만일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자 했다면 북한을 먼저 끌어 들여야 했다.

여하튼 북한을 제대로 붙잡지 못한 것은 미국 대외정책의 가장 큰 실패이다. 얼마 있지 않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두번째, 북한은 이제 완전한 행동의 자유를 확보했다. 이제까지 어떤 전문가들도 북한의 행동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앞으로 북한은 완전한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갖추기 위한 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그런 단계에 진입하게 되면 미국과 어떠한 대화도 추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에서 정상적인 거래와 협상으로는 미국의 정책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치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과 강압만이 해결책이라고 하는 것과 같이, 북한의 정책입안자들로 미국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과 미사일 능력을 거의 다 갖추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려고 했을 때는 이정도에서 중지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런 전략은 포기한 것 같다. 핵능력을 완전하게 확보한 상태에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진정한 핵보유국가로 인정을 받을 것이다.

북한의 핵능력 완성은 동북아 지역의 국제정치적 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실패한 것은 중국을 통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중국이 오히려 북한으로터 협박과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별로 해보지 않은 것 같다. 역사상 북중관계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예측가능한 것은 향후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정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사문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게 되면 유엔안보리 제재는 무의미해진다.

중국자본이 북한에 밀려들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을 얻으면서 북한을 얻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앞으로 북한은 중국의 베트남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는 순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런데 우리도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유익하려고 하면 동맹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타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국외자가 되었다. 국외자가 된 이유는 스스로의 이익을 제대로 얻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 방한의 의미

지금의 상황을 표현하는데 내우외환이라는 말보다 더 옳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국내적으로는 총체적인 난국이다. 그 난국의 근원은 문재인 정권의 도덕적 위기이다. 내부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미국이 우리에게 6조원을 방위비로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대방이 약한 입장일때 나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협상전략에서 볼때 지극이 합리적이다. 적어도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우리 내부의 혼란을 그냥 두고 넘어가지 않는다. 왕이부장이 국내 기업인 100인과 갑자기 점심을 먹자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일방적인 통보이자 강요이다. 통보를 받은 100인 중에서 왕이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왕이가 방한한다고 하자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사드사태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이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언론이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지금의 상황을 정상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은 패권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무대이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이 미국과 안보적으로 더 가까워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국이 생각컨데 한국과 미국이 안보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중국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기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항의를 할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한국에 미국 핵미사일이 배치되지 않도록 확답을 받고자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 핵미사일이 한국에 배치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이 한국에 미국 핵미사일이 배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을 선택할까? 첫째 강압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두번째는 온건하게 설득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중국은 우리를 설득하는데 온건하게 설득하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한국정부가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면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말은 한국정부가 자신들의 국익을 냉정하게 파악해서 정책을 결정하기 보다는 외부의 압력과 압박의 정도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정부가 미국의 지소미아 연기요구를 거부하고 종료시켰다면 중국은 우리정부에게 상당히 온건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드 배치 국면으로 인한 한한령을 푸는 등의 조치를 통해서 한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에 온건한 방법을 사용할 만한 유인이 별로 없다.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는 나의 태도에 따라 좌우된다. 그들 스스로 우리를 그냥 좋게 보아서 우리를 잘 대해주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왕이가 한국의 기업가 100인을 급작스럽게 모아서 오찬을 하자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렇게 급작스럽게 일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한국 기업에 대한 강압이다. 한국정부가 아니라 한국의 기업들에게 미국이냐 중국이냐를 선택하라고 하는 요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왕이 방한은 언론 일반의 기대와 달리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다.